분양가통제→수익성 악화→분담금 부담 악순환
정부 규제 발표에 분양경기 부정적 인식 확산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고층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10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 계획을 전면 재구상 해야되는 상황이 됐다. 분양가가 통제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되고 이는 조합원분담금 부담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10월 이전 분양을 추진하거나 사업을 연기하는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 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일원화하는 게 골자다.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난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21%나 뛰었다. 이에 정부는 분양가를 직접 통제해 집값안정에 나설 방침이다.

제도가 바뀌면서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했다고 생각한 조합원들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규제를 받게 되면 정부가 분양가에 개입하게 돼 분양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 단지는 총 66개다. 착공단지는 85개 단지로 정비사업이 본격화된 단지는 총 151개다. 151개 사업장에 대해선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분양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에 영향을 받는 단지는 대표적으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인 강동 둔촌주공과 서초 반포주공1단지 등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합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총회를 열고 전날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양 일정을 앞당기느냐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느냐 등의 선택지는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철거가 한창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서둘러 분양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하고 시장을 관망하기에도 부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둔촌주공은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 수가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 물량만 4787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조합은 오는 10월 조합원 동호수 추첨, 11월 일반분양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을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HUG는 평균 분양가로 3.3㎡당 2500만∼2600만원 수준을, 조합은 3600만∼3800만원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발표 등으로 주택사업자의 분양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이날 8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가 69.9로 지난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소폭 상승했으나 2개월째 60선에 그쳤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들)를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권영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서울, 세종, 대전, 대구, 광주 중심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으나 집중도는 약화했다"며 "일부 광역시가 새롭게 규제지역에 포함되고 직접적인 가격규제가 검토되면서 사업자들의 관망세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전망치는 세종(100.0), 서울(90.9), 대전(85.7), 대구(85.1), 인천(81.5), 광주(77.2) 등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지난달과 유사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40선까지 떨어졌던 지방의 전망치가 기저효과로 인해 10∼20포인트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전달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대전·대구·광주의 지난달 실적치는 90∼100선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이달 전망치는 전달보다 5∼10포인트 하락하며 70∼80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대전 중구, 대구 서구·유성구, 광주 광산구·남구·서구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이달 전망치가 대구(85.1)와 광주(77.2)가 각각 8.4포인트와 2.8포인트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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