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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최고가 세계 최고!"
  • 최종걸 주필
  • 승인 2019.08.19 16:4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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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500원짜리 지폐 돈
"대한민국 최고가 세계 최고!"

지난 1990년대에 울산 현대중공업 야드의 골리앗 크레인 아래에서 선박 건조작업중인 수백 명의 직원들이 현장 투입 직전, 외친 우렁찬 목소리였다. 당시 현대중공업 현장 사장 겸 회장이었던 민계식 박사가 선창하면, 수백 명의 직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 구호는 꿈이 아니었다. 지금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중형선박용 디젤엔진, LNG선박(액화천연가스 운반선박) 등은 세계 1위 조선강국으로 거듭난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도 일본의 반도체 기술을 들여와 6개월마다 메모리칩 용량을 2배로 확장하는 소위 '황의 법칙'을 이어가면서 반도체 강국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디램(DRAM) 메모리칩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72.6 %, SSD 출하량은 43.3 %를 차지하고 있다. 그 SSD는 고용량과 속도 등 성능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다. 4차산업혁명의 문턱이라 할 수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기반은 이같은 반도체칩 덕분이다.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우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과학기술계의 신화 같은 현실이다.

그 신화같은 현실은 조선소도 없이 배를 수주하고 이 계약서를 들고 돈을 빌리러 간 미국과 일본이 거절하자 영국으로 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집념이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을 서도 거절한 바클레이즈은행을 당시 500원짜리 우리나라 종이돈 뒷면의 거북선으로 설득, 자금을 빌려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영국은 세계 3대 해전중 하나로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의 거북선 함정으로 일본의 수백 척 전함을 수장시킨 전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전설적인 사례다. 거북선 문양의 종이돈 500원짜리는 지금으로 따지면 구축함이나 이지스함이었던 철로 만든 거북선 함정 그 자체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한국 해상에서 일본 해군과 함정을 침몰시켰다는 상징적이 징표였던 것이다.

영국의 조선역사는 1800년대부터지만 우리는 이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이 철로 만든 함정인 거북선을 만들어 낸 나라나는 저력이 깐깐하고 보수적인 바클레이즈은행을 움직인 것이다.

이후 그 조선기술이 정주영 회장과 민계식 엔지니어의 독자기술 개발 집념으로 이어져 1980년대 초 선박 설계 독자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1990년대 세계 일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27.4%로 성장, 세계 최고 종합 중공업 회사로 컸다.

"우리 힘으로 하자. 외국에서 기술 사 오지 말고 우리가 만들자"고 수시로 기술진을 독려한 민계식 회장과 정주영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임자 한번 해봐"라고 화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선강국의 역사다. 그 현대중공업이 지난 1974년 1호선 선박건조를 필두로 이젠 최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해양플랜트, 특수선인 LNG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이 분야를 거의 독식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이끈 민계식 현대중공업 전회장은 '기술은 사면 된다'는 당시 대우중공업 김우중 회장과 결별한 계기가 됐다. 대우를 떠나 현대중공업으로 발길을 돌린 민계식 기술개발 담당 부사장은 낮에는 현장에서 조선 설계를 진두지휘하고 저녁에는 논문과 특허에 매진한 결과, 논문 280편, 발명 특허와 실용신안 300건이상을 내며 주경야독을 강행했다.

그 기간에 개발한 '힘센엔진'은 7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성공시켰다. 민 회장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힘센엔진'은 이후 매년 수천대씩 팔렸다"고 회고했다. 선박용 중형 디젤엔진으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0%로 독보적 1위를 차지했고, 2001년 1월 1호기 생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조선소에 1만개가 넘는 '힘센엔진'이 팔렸다.

현대중공업의 독자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지난 2004년 이후 조선, 굴삭기, 발전소, 플랜트 등 중공업 전분야에서 하늘같이 여겼던 일본의 자존심 미쓰비시중공업을 제끼며 앞서갔다. 기술 뿐만아니라 해외 경쟁에서도 앞서가며 영업이익도 일본 중공업 회사들의 수배나 냈다.

민 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장기간 연구를 지속하려면 단기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진행해야 신뢰를 구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과학기술계를 흔들어선 안된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면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 과학기술인데 수시로 흔들 게 되면 창의성이 나올 수 없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지만 무세제로 세탁하는 무세제 세탁기와 무세제 세정수 기술을 세계 표준기술로 상용화시킨 경원엔터프라이즈 김희정 대표 사례 등은 독자기술 개발에 대한 집념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부, 기술인들의 피땀이 함께 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한국경제의 압축성장이 증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꺼내든 반도체 소재 및 수출 전략물자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조치가 우리도 독자기술 개발로 세계 표준과 세계 톱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기업들이 깨달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분위기가 4차산업혁명의 도화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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