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피해 신속 지원책 마련해 점검…日 추가보복 카드 만지작

▲ 일본 정부가 28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할 예정인 가운데 한·일 양국에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개별품목에 대한 추가 수출규제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일본 수출규제를 비롯한 9월 정기국회 대책을 위한 고위당정청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 정부가 28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할 예정인 가운데 한·일 양국 모두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개별품목에 대한 추가 수출규제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각도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주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응해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시행할지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2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청은 20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정기국회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고 경제 활력을 제고하며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뜻을 같이했다"며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특별법 등 중점 법안과 예산안의 정기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앞서 26일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 예산에 당초의 2배인 2조원 이상을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본이 28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품목을 규제할지 모니터링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피해 우려업종에 신속하게 지원하는 등 일본의 조치로 인해 국내 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 1194개와 비(非)전략물자라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품목은 대(對)한국 수출시 일본 정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전략물자 중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159개를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업종별로는 화학 40여개, 반도체와 기계 각 20여개, 금속 10여개 등이 포함됐다.

민·관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에 대비해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으며 일본의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대일 밀착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대체가 어렵거나 대체하더라도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걸리는 품목이 전체 대(對) 일본 수입액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백색국가 제외가 발효되는 28일에는 당정청 회의 등을 통해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소재·부품 연구개발(R&D) 투자전략 등 관련 대책의 추진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다음달 2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다. 시행은 다음달 중순쯤이 될 전망이다.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행 시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등의 조치에 대응해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 각료들이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장관)은 이날 일본 내각회의(국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그룹A(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28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내일(28일)부터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된다"며 "이는 아세안 국가들이나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각국 및 지역과 같은 취급으로 (한국의 지위를) 되돌리는 것이지 금수조치는 아니다. 한국의 수출관리제도나 운용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본의 수출관리를 적절히 하기 위한 것"라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앞서 이낙연 총리가 전날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부당한 조치가 원상회복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일본 정부 입장이어서 양국 관계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군사동맹간의 공인인증서다. 일본이 무역상의 공인인증서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한 만큼 우리도 안보 공인인증서 지소미아를 거둔 것"이라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를 다시 적용하면 우리도 지소미아를 다시 적용하면 된다"고 권고했다.

이어 "(일본이 경제 보복의 빌미로 삼는) 일제 식민치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 유효 여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가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강제징용은 물론 위안부 문제 등과 함께 국제여론전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일본을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훼방자가 아니라 편승자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소외된 데 기인함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ICJ 제소시 최소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90대인 피해자 상당수가 사망할 수 있고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린 뒤 "일본 정부에 우리 사법부의 민사소송 과정과 판결을 존중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한일간 외교적 교섭으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다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압류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는 일본 국민들에게 자칫 '현금을 강탈당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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