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정부가 내년에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함에 따라 국민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부담해야 할 실질 국가채무(이하 실질 나랏빚)가 767만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7.7%의 증가율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수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던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일 정부의 2020년 예산안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내년 부담해야 할 실질 나랏빚은 766만7000원이다.

‘1인당 실질 나랏빚’은 내년 일반회계 적자 보전 국채(이하 적자국채) 397조원을 통계청이 지난 3월 공표한 장래인구추계(중위 추계)의 내년 인구(5170만9000명)로 나눈 값이다.

적자국채는 지출이 수입을 넘어설 때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다.

내년 1인당 실질 나랏빚 증가율(17.7%)은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당시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 지원을 위해 11조6000억원대 추경을 편성한 영향 등으로 적자국채가 전년보다 40조원 가까이 늘어남에 따라 1인당 실질 나랏빚은 470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19.1% 늘었다.

내년도 나랏빚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고자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531조5000억원)을 넘어선 확장적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세 수입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산은 2년 연속 9%대로 늘어난 반면 내년도 국세 수입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60조2000억원)로 늘어나게 됐다.

1인당 실질 나랏빚은 외환위기 직후 사상 처음으로 적자국채 9조7000억원을 발행한 탓에 1998년 21만원에서 시작했다.

이후에는 10만원대를 유지했지만 2006년 101만원으로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2009년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출을 늘린 영향으로 1인당 실질 나랏빚이 196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3.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1년 이후에도 1인당 실질 나랏빚은 최소 10%대 이상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2022년 적자국채 전망치에 따르면 1인당 실질 나랏빚은 2021년에 전년보다 13.6% 증가한 870만9000원, 2022년은 14.9% 증가한 1000만6000원으로 계산된다.

다만 해당 전망에는 내년 역대 최대 적자국채 발행 흐름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1인당 실질 나랏빚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