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생산자물가지수, 두달째 하락세…농산물·석유제품 하락 영향
9월 소비자물가지수, 하락 관측…한은, "물가상승률, 마이너스 가능성 있어"

▲ 물가 동향이 심상치않다.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두달 연속 하락했고 이에 영향받는 소비자물가도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돼 디플레이션 우려를 사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 추석 물가를 살피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물가 동향이 심상치않다.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두달 연속 하락했고 이에 영향받는 소비자물가도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돼 디플레이션 우려를 사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떨어져 7월(-0.3%)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폭염이 오래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해 농림수산품(-8.7%) 가격이 내려갔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년 대비 석탄 및 석유제품(-9.5%) 가격이 떨어진 게 생산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유로 앞선 7월에도 생산자물가가 하락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하락은 2016년 10월(-0.1%) 이후 처음이었다.

생산자물가 변동을 세부 품목별로 보면 배추(-53.8%), 무(-66.1%), 수박(-32.0%), 시금치(-45.9%) 등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8월과 비교해 하락폭이 컸다. 나프타(-22.7%), 경유(-6.2%), 휘발유(-10.5%)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의 전년 동월 대비 하락폭도 컸다.

전월 대비로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국내항공여객(9.3%), 휴양콘도(14.8%)의 가격이 상승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D램은 전월 대비 2.5% 올라 1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D램 가격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재고 영향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한 바 있다.

생산자물가지수 포괄범위에 수입품을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2%, 수출품을 포함한 총산출물가지수는 1.2% 각각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각각 0.9%와 0.6% 상승했다.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인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물가가 8월 전년 동기 대비 0.04% 하락한 데 이어 9월에도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국산 삼겹살 소매가(냉장·100g)는 2109원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16일보다 4.8% 올랐다. 수급 불안 영향에 9월 평균 가격(23일까지 기준)은 한 달 전(1892원)보다 6.8% 오른 2021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9월 수준(2172원)에는 미치지 못해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마이너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른 품목들을 보면 농산물 가격은 9월 들어 대체로 오름세가 둔화하거나 낙폭이 더 커졌다. 이번달 쌀(20kg) 소매가격은 5만1585원으로 1년 전보다 4.3% 올랐다. 지난 8월 쌀 소비자물가가 6.7% 올랐던 만큼 이 품목의 상승률은 둔화할 전망이다.

채소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8%로 크게 낮았는데 이번달 들어 가격은 더 내려갔다. 당근, 토마토 소매가격은 지난달에도 마이너스였는데 9월 들어 낙폭이 더 커졌다. 상추, 오이, 호박은 8월에 가격이 소폭 상승했으나 9월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다만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1%였던 배추는 이번달에 폭락세가 다소 진정됐다. 9월 평균 배추 소매가격(상품·1포기)은 4929원으로 1년 전보다 23.3% 내렸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4%로 나타난 것이 농축산물과 유가 등 공급 측면의 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계속 줄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9월 소비자물가가 기조적인 흐름과 비슷하게 변동하더라도 작년 수준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낮아지게 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저물가인 나라 중 한 곳이 될 전망이다. 8월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0.2%), 포르투갈(-0.1%)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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