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차에게 목적지만 알려주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에 부족한 잠도 자고, 때로는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밀린 일도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것 같다.

완성차 업체들과 정보통신기술(ICT) 강자들이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에 숨 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어 향후 수년 내에 시장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완전자율주행'을 뜻하는 레벨 4∼5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오는 2022년까지 상용화시키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적인 선도업체와 전격적인 제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세계적 자율주행기업인 앱티브(APTIV)사와 40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우는데 각각 50%씩 투자해서 오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ㆍ상용화를 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운영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완성차 업계로 세계 5위의 생산능력을 가진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인 앱티브이와 손잡고 미래 자동차 시장의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약 4조7800억원)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갖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달러(약 1조9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식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해 모두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앱티브도 자율주행 기술과 지식재산권, 700여 명에 이르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세계적 차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지난 2017년 12월 분사한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15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의 경영실적을 냈다. 시가총액은 27조4000억원 규모의 세계적인 자율주행회사라고 현대 측은 밝혔다.

현대 측은 양사의 합작법인은 전 세계 자동차업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자율주행 선도업체와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전격적인 합작법인을 설립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차 분야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선두와 선점 경쟁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합작법인 국내 연구거점도 마련하는 만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등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협업이 퍼져 국내 관련 분야의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선순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한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4조8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합작법인 설립은 미래 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와 ICT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합종연횡을 벌여왔다.

세계 최고 ICT 기업인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일찌감치 'X프로젝트'라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 2016년 웨이모라는 자회사를 설립, 재규어, FCA 등 완성차 업체와 차량 공급 계약에 이어 지난해 미국 피닉스서 처음으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벌였다. 이후 웨이모는 르노-닛산과 제휴를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6년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혼다가 크루즈에 투자했다. 포드 역시 2017년 아르고 AI를 인수했다. 다임러는 2017년부터 보쉬와 협업을 시작했고 올해는 BMW와 손잡았다. BMW 역시 2016년부터 인텔과 협업을 선언한 이후 올해는 중국 텐센트와 자율주행 플랫폼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이 밖에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자율주행 전문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우버에 투자를 단행했고, 소프트뱅크와 모넷테크놀로지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는 국경과 업종을 넘나드는 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합작을 계기로 자율주행과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차 시대에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전략을 수정한 만큼 관련 업계와 우리 산업계의 역할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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