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험의 상징 갓바위 부처님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이요,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같은 음을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는 뜻을 간직한 절이 있다.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팔공산 자락의 대한불교 조계종 제 9교구 본사 동화사와 조계종 직영사찰인 선본사는 갓바위 부처님의 기도영험담이 서린 곳이다. 두 사찰 모두 신라시대이래 기도발이 수천 년을 걸쳐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신라는 동쪽으로 지금의 경주 토암산(동악), 서쪽으로 충청도 계룡산(서악), 남쪽으로는 지리산(남악), 북쪽으로는 태백산(북악), 그리고 그 중심에 대구 팔공산(중악)을 호국성신과 성산으로 지정하여 국가차원에서 제를 올리는 신령스런 영산(靈山)으로 삼았다.

특히 팔공산은 신라시대 불교 초창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구광역시와 경북 군위군, 경산군, 영천군, 칠곡군, 선산군을 아우르는 지역에 위치한 팔공산은 산신신앙과 함께 오늘날까지 불교를 수호하고 키워가는 산신령 역할을 하고 있다. 팔공산 자락은 신라시대 불교가 국가적으로 공인된 527년(법흥왕 14)이전에 이미 불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의 선산군(당시 일선군一善郡)에는 불교 공인 이전 고구려에서 온 묵호자(墨胡子)와 아도(阿道)화상이 포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 불교의 초전(初傳)이 이루어졌던 일선군이 바로 오늘날 팔공산 아래에 있는 경북 선산군이다.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일선군의 모례(毛禮)라는 불교신도 집은 후일 도리사(桃李寺)터로 신라불교의 초기 불교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불교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팔공산에는 이후 많은 고승대덕 스님들이 머무르면서 신라불교의 생생한 역사를 써오고 있다.

동화사는 사적비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15년인 493년에 극달화상(極達和尙)이 유가사(瑜伽寺)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었고, 흥덕왕 7년인 832년에 심지조사(心地祖師)가 중창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동화사라는 이름은 중창할 당시, 겨울인데도 오동나무가 꽃을 핀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 오동나무에 꽃이 핀 것을 뜻하는 동화사(桐華寺)로 개칭했다고 한다.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금산사 진표(眞表) 율사로부터 불골간자(대오리로 궤를 뽑아 점을 치는)를 이어받은 제자 영심(永深) 스님이 심지조사에게 간자 두 개를 전했고, 심지조사가 그것을 봉안할 땅을 찾고자, 팔공산 중악(中岳)의 두 신과 함께 산꼭대기에 올라가 서쪽을 향해 던지니 간자가 바람에 날아가 떨어진 곳이 현재 동화사 참당(籤堂) 북쪽에 있는 작은 우물이었다. 심지조사는 그곳에 강당을 지어 간자를 봉안하고 창건했다는 설화도 전해온다. 바로 그 불간자가 봉안된 터에 근현대 한국 불교의 선맥을 점화시킨 경허스님이 금당선원을 개원했다. 1900년 경허스님이 금당선원을 개원한 이후 동광, 남옹, 고암, 인곡, 석우, 승찬, 효봉, 구산, 성철, 향곡, 서옹 스님 등 수많은 선승들이 금당선원에서 수행정진 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석불인 약사여래대불을 조성하는 한편 법화경 7만자를 목판과 천연 연옥에 새겨서 황금 경판을 조성하는 대작불사를 진행 중이다.

팔공산 자락 동화사와 함께 선본사 갓바위 부처님은 한국의 산신신앙과 약사신앙을 대표하고 있는 도량이다. 바위기운이 응축된 팔공산 관봉 갓봉우리 정상에 솟은 바위를 깎아 조성한 4미터 높이의 약사여래불상인 갓바위 부처님은 왼손 위에 약을 담은 약합을 올려놓은 형태로서, 기도하는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고 알려져 있다.

갓바위 부처님인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통일 신라 시대 때 통바위를 깎아 조성한 소위 환조기법으로 불상을 암각하거나 음각한 형태와는 사뭇 다르게 부처님을 조성했다. 갓바위 부처님은 선덕왕 7년인 638년에 원광 스님의 수제자인 의현 스님이 그의 어머니를 위해 조성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갓바위 부처님을 둘러싼 정상의 통바위에는 그 옛날 불교 이전 하늘에 제를 올리는 상징적인 기도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산 정상 바위에 바가지 모양의 구멍을 판 소위 알터 자국이다.

부산 금정산에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나, 속리산 문장대, 월출산 천왕봉 정상 바위에도 이와 같이 바위 속에 구멍을 낸 알터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는 수천 년간 하늘에 갖가지 소원을 발원하고자 했던 이들의 기도터라고 불교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팔공산 바위 기운이 응축된 곳에 석조여래좌상을 조성한 것은 의현스님이 속가 어머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특별히 약합까지 챙기는 간절함이 담아 있었던 것으로 스님들은 풀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불자가 갓바위 부처님 전에 3000배를 드렸더니 올라갈 때 업고 올라간 어머니를 내려올 때는 가볍게 부축해 내려왔다는 영험담도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