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매년 흥행 신기록 돌풍…韓코세페 무늬만 할인 탓
유통구조·정부주도도 한 몫

▲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의 프레스룸 화면에 '11·11(쌍십일) 쇼핑 축제'가 11일 오전 0시에 시작되고 나서 1분 36초 만에 거래액이 100억 위안을 넘어섰다는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할인행사 '광군제'(光棍節)가 해마다 흥행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여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코세페가 저조한 것은 '무늬만 할인'에 그치는 낮은 할인폭과 큰 폭의 할인이 불가능한 유통구조, 정부주도의 행사로 인한 민간 참여 저조 등이 꼽혔다.

11일 오전 0시(현지시각) 시작된 중국 광군제는 거래액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 돌파에 불과 1시간 3분 59초 밖에 소요되지 않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1000억위안 돌파에 1시간 47분 26초가 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40분 이상 당겨겼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는 '독신자의 날'이란 뜻이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이 처음으로 시작한 후 대대적인 쇼핑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알리바바 외에 징둥 등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참여하며 약 20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해 약 100만개 이상의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우리나라의 코세페는 지난 2016년부터 정부 주도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쇼핑 축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매년 개최 중이지만 큰 흥행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도 ‘코세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 종류와 할인폭을 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를 살펴보면 50% 할인부터 시작해 90% 할인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면서 “심지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의 배송비, 세금을 포함해도 국내 구입보다 저렴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코세페 행사에서 국내 제품의 할인폭이 10~30% 수준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서 물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정도의 할인폭은 할인쿠폰이나 브랜드 세일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유통업계는 낮은 할인 폭의 이유로 외국과 유통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사들이 직접 매입한 제품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개최되는 행사다. 유통사들이 직접 상품을 사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고가 발생한다.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역마진까지 감수해가며 큰 폭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에 판매 공간을 빌려주는 구조다.

백화점을 예로 들면 입점한 브랜드들은 백화점에 일정 수수료만 내고 제품을 판매한다. 백화점이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백화점은 재고부담이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높은 판매 수수료를 이미 백화점에 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코세페를 정부가 주도해가며 예산을 편성해 기업을 참여시키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물론 올해부터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행사 시기도 국내 소비자가 해외 행사에 맞춰 물품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11월로 조정했지만 해외 쇼핑 행사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들에게 규모가 훨씬 큰 광군제가 코세페보다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도 현실적인 한계다.

광군제의 성장세. 그래픽=연합

지난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하루 매출은 2135억위안(약 35조원) 수준이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매출은 370억달러(약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기록인 300억달러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코세페에 집중하기 보다는 광군제의 특수를 잡기 위해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화장품 등 뷰티 업계는 이를 노린 특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업체들은 광군제 예약 판매제도를 통해 주요 브랜드를 적극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의 예약판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약판매는 제품 판매가의 10%를 미리 결제하고, 광군제에 잔액을 추가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 상품의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어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광군제에서 화장품 판매가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만큼 업계가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코세페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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