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험생, 교육과정평가원 로그온 후 성적 확인
평가원 홈페이지 부실 관리 여론 뭇매
수능 성적 사전 유출…형평성·위법성 논란↑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수능성적이 성적표 통지 이틀 전에 유출돼 교육부가 사실을 확인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2일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전날 밤 '수능 성적표를 미리 발급받았다'고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후 1∼2시간 만에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는 수능 성적을 확인 인증 글로 도배가 됐다.

곧이어 수험생들이 서로 표준점수와 등급을 비교해 '공식 등급컷'을 예상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평가원은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의 사실 확인 결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기존 성적 이력의 연도를 '2020'으로 바꾸는 식으로 성적 확인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미 한 차례 수능시험을 치른 경험이 있는 재수생은 손쉽게 수능성적을 사전에 유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평가원의 수능성적 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성적을 부정 확인한 인원을 전원 0점 처리하라"며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에게 법을 준수하는 일반 수험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청원하는 게시글이 등장했다.

이후 교육부는 수능 성적 사전 유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일부 응시생이 봤다는 성적이 실제 성적을 본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수험생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성적을 조기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능성적을 미리 알면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는지도 사전에 알게 되기 때문에 입시 선발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어 수험생들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평가원 홈페이지에 성적을 사전 유출한 수험생의 로그온 기록이 남아 있어 이것이 '업무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능 성적 최초 게시글 작성자는 웹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 기능을 이용해 클릭 몇 번 만에 가능하다며 설명하는 글을 올려 귀책 사유를 평가원의 허술한 보안 탓으로 돌렸다.

국가 최대 규모 시험인 수능에 대한 보안을 허술하게 관리한 평가원과 상위 기관인 교육부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해킹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곧 평가원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라고 전했다.

과거 수능성적 조회 시에도 공인인증서 로그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 외 다른 사람의 성적이 유출되는 보안사고는 없었다.

현재 평가원 수능 성적증명서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하며, 평가원은 4일 오전 9시에 수능 성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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