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중 상대적 약진으로 역할 기대 커져

▲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 5개社 (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증권사들이 올해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그룹 내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같은 금융계열사들 중 보험계열사들이 이자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져 대접이 바뀌는 모양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집계된 주요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확인되자 그룹 내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고 있다. 특히 금융계열사들 순위에서 은행과 보험에 이어 카드사와 순위다툼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은행 다음가는 지위를 꿈꾸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 한해 ‘턴어라운드’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증권사다. 작년 한해 내우외환에 시달렸으나 소방수로 투입된 장석훈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되며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034억원, 순이익 3024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1년 실적에 필적하는 이익을 냈다. 내부 사고를 진화하며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일부 비즈니스 활동의 제약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같은 기간 삼성 금융계열사의 모함인 삼성생명이 누적 순이익 9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급감, 삼성화재가 5859억원으로 35.1% 폭락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빛나는 성과다. 특히 보험사들은 삼성 브랜드가 갖는 특수성과 계열사들의 직간접적인 측면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삼성증권의 선전은 평가할 만하다.

한화투자증권의 변신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10대 증권사 문턱에 있는 한화투자증권은 2015년과 2016년에 걸친 주가연계증권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입어 그룹 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1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5% 증가하는 동안 금융계열사 주력인 한화생명이 1822억원으로 72.4% 하락, 한화손해보험이 162억원으로 89.5% 급감해 규모 대비 수익성에서 보험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는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과의 시너지를 내고 베트남 등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규모를 키워 대형사로의 도약까지 넘보고 있다.

은행계열 증권사들의 약진은 같은 금융계열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비교하면 NH투자증권이 3599억원으로 멀찌감치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KB증권 2418억원, 신한금융투자 2021억원, 하나금융투자 2116억원으로 경쟁하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과거 농협금융지주 내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전통의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함께 IB 선봉장 정영채 사장의 리더십이 더해져 증권사 빅3로 자리매김하며 금융지주 내 위상도 남달라졌다. 과거에는 비교조차 어려웠던 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1922억원으로 은행의 인프라와 인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증권의 상대적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비은행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은 NH증권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농협캐피탈 402억원, 농협생명, 247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135억원 등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누리증권을 인수해 만들어진 KB증권도 과거에는 금융지주 내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IB전문가 김성현 대표와 WM전문가 박정현 대표의 투톱체제로 운영되며 위치가 달라졌다. 아직 3분기 누적 2조67억원의 순이익을 낸 KB국민은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과거엔 비교하기 어려웠던 KB국민카드(2510억원)와 KB손해보험(2342억원)과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올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하며 영업의 기반을 넓혀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차원에서 발전 가능성은 크다는 평가다.

KEB하나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으로 주력 KEB하나은행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9% 줄어든 2조1064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하나금융투자는 36.2% 늘어난 2543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8.9% 증가한 211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8% 급감해 498억원에 머물렀고, 하나캐피탈은 2.5% 줄어든 770억원에 그쳤다. 하나생명과 하나저축은행은 100억원대 당기순이익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신한지주의 경우 3분기 누적으로 신한은행이 당기순이익 1조9763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2021억원을 달성해 4111억원을 벌어들인 신한카드와의 간격을 좁혔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초대형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해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에 이은 4번째 사업자로 등극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미 6600억원 증자를 통해 요건은 맞췄고 공식 인가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대한민국 대표 증권사 중 한곳의 CEO가 그룹 회의에 가면 말석에 앉는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던 것이 불과 몇년 전 이야기였다”며 “선진국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며 증권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만큼 제조업이 한계를 보이는 지금이 금융투자업계가 더욱 분발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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