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게임에서 특히 상대가 어려운 경기에서는 첫 타자 못지않게 두번째 타자 역할도 중요하다. 팀의 분위기를 더 띄울수도 가라 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번타자에게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 2기 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자 국회의원이 지명됐다.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을 헌법 틀로 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에는 다소 어색한 지명일 수 있다.

국회의장 출신을 총리로 지명한 건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세간에는 벌써 격을 따지고 시비를 걸고 있다. 어찌 보면 현역 국회의원이자 전 의장을 대통령이 지휘하는 총리로 지명했으니 나올 법한 시빗거리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죽했으면 전 국회의장을 모셨겠는가 하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에게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극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무리 속에 제1야당 대표가 선동자처럼 나서더니,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산적한 법안 처리를 무산시키기 위해 그 무리를 이끌고 국회 본청 난입을 시도했다.

소위 태극기 부대를 앞세워 안되는 게 없다는 식으로 도취해 청와대 앞이건, 국회건 수틀리면 어디든 쳐들어간다는 그런 정치를 부추기고 있는 제1야당이 현 정치 시국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

그 야당이 집권당 시절 주군인 대통령을 몰아내는 탄핵에 앞장선 것이 불과 3년 전이었다. 이제와서 원망할 대상은 본인들 스스로라는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

정치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자초하는데 그들 내부에서조차 이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누가 오합지졸의 무리를 이끌고 입법을 하는 국회 본청에 들어가 훼방 놓는 것을 반기겠는가.

국회와 국회의원은 4년마다 본인들이 속한 지역구 주민들의 투표로 지난 4년간의 입법 활동에 대해 심판을 받는 게 국회의원이고, 그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고 폐기하는 공공의 공간이 국회이다.

스스로 동료 국회의원들을 무력화시키고, 태극기 부대를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시도 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 겸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자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서 리더로 활동하다 졸업과 동시에 쌍용그룹에 입사해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일꾼으로 활동한 점이 특이하다. 대부분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판에 끼어든 것과는 달리 대기업에 입사, 해외 주재원으로 활약하다 뒤늦게 김대중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거쳐 국회로 입성한 점이 눈에 뛴다.

기업의 성장 발달사와 현대 정치계의 큰 별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지켜봤고 이를 국회에서 6선이라는 의정활동을 통해 축적해 왔다는 점에서 현 시국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정 지명자가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내리 4선을 마치고 정치 1번지라는 종로로 당당히 입성한 것도 여느 정치인과는 대별된다.

녹녹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난제를 풀 지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어른이 없는 무질서 뿐인 국회에서 어른 역할을 했고, 그 경험을 살려 경제와 정치 그리고 행정부를 보좌하는 총리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다.

이낙연 총리가 느슨한 행정부를 단속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던 만큼 정세균 총리 지명자도 전임 총리의 깐깐한 모습과 더불어 때로는 부드럽게 여야를 다독이고, 개발시대의 축적된 기업 경영의 애로사항을 경험한 만큼 이를 기업들의 기 살리기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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