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회의, "가짜계정 삭제·광고수익차단·노출최소화 등 필요"
"플랫폼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지워"…"정치권·국회·언론 책임 더 크게 물어야"

▲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동으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갈수록 확대되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정치·경제적 이익 등을 목적으로 다른 정보 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생산·유포한 모든 정보) 문제해결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가 가짜계정 삭제, 허위조작정보에 따른 광고수익 차단, 허위조작정보 노출 최소화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 등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다. 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이하 전문가회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공동으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실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회의는 학계·언론단체·시민단체 15인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지난 6월부터 매월 세미나를 진행하며 이번 권고안을 준비해왔다.

이날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 미국의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국민투표, 우리나라에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17년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부터 본격화된 허위조작정보논란은 신뢰할만한 미디어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메시지를 선별해서 전달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결합돼 일어난 현상"이라며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은 건전한 여론의 형성을 저해해 민주적인 정치 절차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보건·과학·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형성을 방해함으로써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회의에서 마련한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을 소개했다. 성 연구위원은 "허위조작정보가 뛰노는 운동장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사업자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사업자는 가짜계정의 삭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광고수익 차단, 허위조작정보 판별을 위한 제3자 팩트체킹(사실 확인) 기관과의 연계, 허위조작정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처리방식(알고리즘) 기준의 투명성 확립, 이용자가 허위조작정보를 보다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신고체계 간소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로 대표되는 국내 자율규제 시스템을 활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예시했다.

또 "시민(이용자)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고 팩트체크 주체로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공론화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광범위한 개방형 네트워크 결성이 필요하다"며 "언론은 팩트체크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며 허위조작정보 기사화를 자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허위조작정보 기술에 대한 교육 강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협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위원은 "허위조작정보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초당파적 결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원·자동화 팩트체킹 시스템 개발 지원·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종합 연구를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는 허위조작정보의 다면적 측면을 고려해 유관부처에서 소관별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장은 "영국처럼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가짜뉴스라는 말 중에서 '가짜'가 아니라 '뉴스'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당장 규제 하나 더 만든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이 권고안은 실행하고 그 실행을 토대로 개선을 위한 재논의가 이뤄지는 출발점이 돼야 하다"고 말했다.

이재진 한양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허위조작정보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 특히 정치적 의사 표현의 영역은 조심히 다뤄야 한다"며 "허위조작정보의 수준에 따라 형사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적 해결 방법 등 일률적인 규제보다 유연하고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 시민, 언론, 정부·국회 등 모두에게 일반론적인 책임을 부과하기보다 주체별 책임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공동으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실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신익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사무처장도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혐오·분노를 유발하는 표현을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은 정치권과 국회이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언론도 속보경쟁에 빠지면서 허위조작정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허위조작정보가 뛰노는 운동장인 플랫폼 한 곳을 규율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허위조작정보가 유통될 것이다. 허위조작정보가 발생하고 확대되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 언론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검사들도 허위조작정보의 '고의성'을 파악하기 힘든데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를 파악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며 "권고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광고수익 차단을 언급하고 있는데 손실보전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재산권 침해의 위험이 있고 권력독점체인 국가가 할 일을 사인 사업자에게 맡김으로써 개인(플랫폼 사업자)에 의한 개인(허위조작정보 관련자) 기본권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지난 20007년 악성 댓글 방지를 위한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실명제 도입으로 악성 댓글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서 공익 요건 충족하지 못한다'며 위헌 판결됐다"며 "기술과 플랫폼이 허위조작정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허위조작정보가 생산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 플랫폼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헌법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불편부당한 팩트체크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주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은 "법률적인 형태의 규제보다는 제언 형태로 권고안이 나오다보니 플랫폼 사업자 역할이 강조된 것 같다. 정부 또한 플랫폼의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방통위는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리시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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