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부문은 증권업 재평가의 원동력…내년에 더 커진다

▲ 국내IB분야의 1인자로서 수익규모 확대의 숙제는 안고 있는 정영채 대표가 IB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연말 인사를 통해 2020년 IB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제공=NH투자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일간투데이는 각 분야별로 2019년 금융투자업계 주요 이슈를 정리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글로벌,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정보통신기술(ICT), 리스크관리 등 각 주제 속에서 주요 회사들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정리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가 중심에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2019년 한해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며 재평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들은 한결같이 IB부문에 핵심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었다. 실적으로 확인된 IB의 힘은 연말 주요 증권사가 내년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조직개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6일 해외 및 대체투자(AI) 전문화를 위해 AI전담본부를 신설하고 부동산과 실물자산을 담당하는 IB2사업부 조직에 2개 부서를 추가해 강화했다. 또 대체자산운용본부를 자기자본투자(PI)본부로 변경하고 PI 및 대체투자에 집중해 수익 강화를 주문했다. 올 한해 ‘과정가치’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고객중심의 리스크관리와 조직운영 기틀을 가다듬은 정영채 사장은 본인의 주전공인 IB를 전면에 내세워 빅3에 만족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1일자 임원 인사발령을 20일이나 앞당겨 발표하며 IB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천명함과 동시에 내부적으론 긴장감을 높였다.

2019년은 미래에셋대우와 순익 1위 경쟁중인 한국투자증권이 IB전문가 정일문 사장에게 경영의 바톤을 넘긴 첫해였다. 정사장은 1년간의 경영을 통해 조직 파악을 마치고 자신의 구상에 맞는 조직개편을 통해 IB가 한국투자증권의 미래임을 확실히 했다. 특히 IB부문을 2개 그룹으로 나누고 IB그룹장과 PF그룹장을 두되 5개 본부를 CEO가 직접 챙기는 그림을 그렸다. 권한도 책임도 본인이 직접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IB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력 공고화를 위해 발행어음 담당자를 본부장으로 승격시키며 외연 확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올해 부동산 연계 PF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대형사들을 위협했던 메리츠증권은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 위축된 모습이지만 19일 이사회를 통해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 확대를 통한 자본적정성 유지로 맞설 것을 예고했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이 3조6000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곧 초대형 투자은행 요건인 4조원에 육박해 내년엔 메리츠도 대형사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40대 부사장 2명과 상무승진자 2명이 IB출신이라는건 이 회사가 이 부분에 얼마나 힘을 쏟는 지를 보여준다.

증권사들의 이러한 조치는 IB부문의 수익기여도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자기자본 9조원의 초대형회사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중 IB부문이 약 2500억원을 벌어들여 전체의 43.4%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전통적으로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고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이 있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진 것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한국투자증권도 3분기 수수료 수익 5600억원 중 IB부문 수익이 3000억원을 기록해 절반 이상을 IB에서 거뒀다.

IB의 실력에서 만큼은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정영채사장의 NH는 올해도 기업공개(IPO) 주관 1위를 차지했고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CEO로서는 밀릴 수 없는 정일문 사장의 한국투자증권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B증권도 IB부문 이익이 40%대에 이르지만 전체 수익 규모가 빅3에는 부족한 상황이고 삼성증권은 4분의 1 정도만 IB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라 아직은 선두 경쟁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KB증권은 올해 세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성공리에 자리매김해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고, 삼성증권은 2018년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 각종 제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IB부문의 경쟁은 대형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PI를 포함한 IB 영역에서 발군의 실적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이미 3분기까지 영업이익 900억원을 바라봤다. 교보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59억원, 당기순이익 750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실적으로 김해준 대표의 업계 최장수 CEO 행렬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경기가 'V자 반등'을 하기 어렵다고 볼 때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부침과 상관없이 회사에 안정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IB부문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내년에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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