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무색 페트병 사용 시 제품변질 우려” vs 환경부, 대체재 있는 영역 규제할 것
페트병 대안으로 ‘대용량 초경량 유리병’도 제안돼

▲ 주류업계가 정부의 '유색페트병 금지' 정책에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에 진열된 페트병 맥주. 사진=신용수 기자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정부가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에 부담금을 매기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갈색을 띈 맥주 페트병도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무색 페트병을 출시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기존의 맥주 페트병은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친환경 시대에 맞춘 자연 보호 취지에 찬성한다면서도 무색 페트병 사용 시 맥주의 제품 변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포장재의 재활용 등급 기준을 3등급으로 분류했다. 등급은 ▲재활용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분류하며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 환경부담금을 가산한다.

사용금지 대상에 오른 제품은 환경부의 개선명령을 받게 된다. 법 시행 후 1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면 판매중단명령 또는 최대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주류업계는 주류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전환 중이다.

롯데주류는 소주 '처음처럼' 페트병을 기존 녹색에서 무색으로 교체해 판매 중이다.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페트병을 투명하게 바꿨다.

소주 용기는 무색으로 빠르게 교체했으나 국내 주류 판매량의 16% 가까이를 차지하는 맥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맥주 페트병은 맥주가 자외선으로 인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갈색으로 만들어진다. 맥주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외부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이 삽입된 3중막 구조로 제작된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맥주 페트병은 유색이고 3중막 구조라는 특성 때문에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쓰이는 맥주 페트병의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주류업계는 페트병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규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해외에서는 맥주를 대부분 병과 캔으로 판매해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어렵다.

환경부는 관련 논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12월 말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주로 쓰이는 갈색 페트병을 투명한 색으로 바꿀 경우 맥주의 신선도나 성분이 얼마나 변하는지와 어느 기한까지 유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구용역은 마무리 단계에 와있으며 협의 문안 조정 중으로 곧 맥주업계와 협의를 할 예정이다. 연구 용역에서는 맥주 페트병을 캔이나 유리병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유리병 제조기업 테크팩솔루션은 맥주 페트병을 대체할 만한 대용량 초경량 유리병을 최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테크팩솔루션

주류 업계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 후에 앞으로의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갈색 페트병 자체가 퇴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1.6L 맥주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페트병은 현재 모두 갈색이다. 이 상황에서 투명한 색의 페트병을 생산할 경우 라인 교체 등이 필수적이기에 생산 자체를 중단해야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이 오면 업체 입장에서 너무나 큰 부담"이라면서 "제품이 변질되면 제조사가 책임져야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직 용역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갈색 페트병 퇴출이 본격화되면 적어도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투명 페트병이 맥주 품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갈색 페트병 폐기를 계속 이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돼 환경부는 맥주 페트병은 캔이나 병과 같은 대체재가 있어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원재활용법의 적용 대상에는 최대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주류 업계에게 이 기간 내에 기존의 페트병을 대체하거나 폐기해야할 과제가 던져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안 중 하나로 대형 유리병을 제안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주로 페트병 대신 병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의 자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이 최근 개발한 대용량 초경량 유리병은 맥주 페트병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병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기지만, 무겁고 깨지기 쉬워 지금까지 대용량으로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테크팩솔루션이 개발한 초경량 유리병은 1L의 대용량 제품이면서도 같은 용량 기준으로 일반 유리병보다 43% 가볍고 강도도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유리병 대비 생산단가가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리의 인장강도는 1000㎏/㎠로 강철의 1/3 수준이지만, 압축강도는 강철보다 높다. 이에 테크팩솔루션은 급냉이 아닌 서냉(徐冷) 공정으로 내부 변형을 제거했다.

또 테크팩솔루션은 유리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미세한 흠(Flaw)을 극복하기 위해 성형 공정 후 유리병의 외표면에 미세한 흠에 약 100도에서 기화시킨 산화주석(SnO2) 성분의 코팅액을 입혔다.

또 테크팩솔루션은 보다 적은 양의 유리로 대용량의 병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반적인 맥주병 제조법인 B&B(Blow & Blow) 공법이 아닌 NNP&B(Nerrow Neck Press & Blow) 성형 공법을 적용했다. B&B 공법은 주형에 담은 유리물에 공기를 주입해 병 모양으로 부풀리는 과정에서 단순히 공기만을 불어넣지만 NNP&B는 유리물에 먼저 막대를 삽입해 유리병의 모양을 균일하게 잡은 뒤, 공기를 불어넣어 유리병의 두께를 일정하게 만든다.

테크팩솔루션 관계자는 "50년의 제병 기술과 노하우에 1년여의 기술 연구와 투자를 통해 1L 크기의 친환경 경량화 유리병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추가적인 강도 및 품질 개선을 지속하는 동시에 퇴출 위기에 놓인 국내 유색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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