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조직개편 통해 AI 기술 개발 박차…SK하이닉스, 반도체 수율 개선 활용
최태원 회장, "뉴 ICT 기술 공유·협업 통해 경쟁력·고객만족·사회적 가치 제고"

▲ SK텔레콤 '누구 SDK'가 처음 적용된 퍼스널 로봇 '테미'. 사진=SK텔레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SK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첨단소재 등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을 역설한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달 하순 중국 난징에서 열린 '난징 포럼' 개막연설을 통해 "반도체 공장은 AI 및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수십개의 경제적·사회적 가치 요인들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냄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배터리서비스(Battery as a Service)의 일환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터리 수명 연장과 잔존 가치 유지, 재처리 및 리사이클링 사업 등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켜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SK텔레콤, CTO 산하 'AIX센터'로 AI 업무 통합…AI전환 가속화

SK그룹의 대표적인 ICT기업인 SK텔레콤은 최근 실시한 조직개편을 통해 AI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기존 사업부를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MNO)'부문과 새롭게 시장을 만드는 뉴 ICT 사업을 중심으로 한 '뉴 비즈(New Biz)'부문으로 이원화하는 한편 기술 조직은 현재 분산 운영되고 있는 AI센터, ICT기술센터, DT(디지털전환)센터를 최고기술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 산하 'AIX센터'로 통합해 AI가 모든 사업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데이터 통합 관리(Data Governance) 기능과 이를 위한 데이터 및 IT 인프라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최고인프라책임자(CIO·Chief Infra Officer) 조직을 만들어 ICT계열사 및 SK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도록 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광고(광고·데이터 사업단)', '게임(게임 사업단)', '클라우드(에지클라우드 사업본부)' 전담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차기 핵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밖에 음원 플로(FLO)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AI스피커 '누구'를 통한 돌봄서비스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사업 전분야에 AI 활용도를 높인다는 포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20년은 SKT와 ICT 계열사 전체가 가시적인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 대한민국 ICT 혁신의 주축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조직을 5G 및 뉴 ICT 각 사업 실행에 적합하게 강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ICT 테크 서밋(Tech Summit) 2019'에 참석해 SK텔레콤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탑재한 퍼스널 로봇 '테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하이닉스, AI이미지 프로세싱 활용해 반도체 불량률↓

SK하이닉스도 AI 적용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세계적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꼽히는 김영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종신교수를 수석연구위원(전무)으로 영입했다. 이를 토대로 AI 기반의 업무 시스템을 재구축하면서 데이터 중심의 반도체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이 개발한 최신 AI 기반 이미지 프로세싱 소프트웨어 '슈퍼노바'를 경기도 이천 반도체 D램 생산 라인에 접목해 반도체 불량률을 대폭 낮추고 생산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 기술은 딥러닝(심층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영상이나 음원의 화질을 개선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준다. SK하이닉스는 이 기술을 통해 웨이퍼 이미지를 검사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존에는 불량을 찾아내는 장비를 활용해 웨이퍼에 제대로 패터닝이 됐는지 일일이 확인했다"며 "슈퍼노바는 수많은 웨이퍼 이미지를 머신러닝으로 학습, 웨이퍼 불량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SK C&C, 기업용 챗봇 'AIS'로 다양한 기업 업무 지원

SK C&C는 지난 4월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학습해 기업의 다양한 업무 지원이 가능한 기업용 챗봇 솔루션 'AIS(Aibril Intelligent Studio)'를 선보였다.


기업용 챗봇은 금융권의 비대면 금융 상담서비스, 연구원들의 자료·논문 검색 지원, 대학의 학사 관리 지원, 사내 업무 문의 지원용 등에서 활용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장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AIS는 챗봇을 통해 수집되는 수많은 질문에서 유사도가 높은 문장을 묶어 대화 모델을 자동 생성·분석함으로써 스스로 질문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데이터 분석 및 질문의 분리·정제 등의 단순 반복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SK, AI 기술 보유 유망 제약 스타트업 투자

주식회사 SK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통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지난 11월 AI 신약개발사인 주식회사 '스탠다임'(Standigm)에 약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해 기술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탠다임은 데이터 학습(트레이닝), 후보물질군 생성(제너레이션), 최종 합성 후보 선별(필터링) 등 신약 후보 물질 디자인 과정을 가상환경에서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선도물질 최적화기술인 '스탠다임 베스트'를 통해 400만건에 달하는 물질의 구조와 기능을 딥러닝해 새로운 신약물질을 디자인하는데 성공했고 현재는 신약물질을 합성해 약효 등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시장규모는 매년 41%씩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독점적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은 초기단계 시장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나 자체 조직 구성 등을 통해 AI 역량을 내재화하는 한편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병행하면서 AI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 기술은 기존 신약개발 사업의 비효율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역량이다"며 "글로벌 수준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 개발 등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스탠다임과 SK그룹간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의 AI기술이 글로벌 마켓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AI 기술 협력사·스타트업 지원·공유 등 상생 활동 활발

SK는 그룹 내 관계사가 보유한 ICT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이를 협력사·스타트업 등 외부 파트너와 공유하는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관계사들은 지난 10월 28, 29일 이틀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ICT 기술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SK ICT 테크 서밋(Tech Summit) 2019'를 개최했다.

지난 2016년부터 시행돼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 C&C 등이 AI·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보안·미디어·산업기술 등 7개 영역 내 71개 주제를 발표하고 98개 기술 아이템을 전시했다.

특히 SK그룹 관계사간 협업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R&D) 성과도 다수 소개됐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협업 사례인 '5GX 기술 활용 멀티뷰 서비스' ▲그룹 ICT 관계사가 보유한 기술 API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인 'SK 오픈API 포털' 등을 소개하는 공동 R&D존을 지난해 대비 2배 늘리고 다양한 협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 R&D 지원 사무국도 운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 ICT 테크 서밋(Tech Summit) 2019'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최태원 회장은 "뉴 ICT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술 공유 및 협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때 우리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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