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화와 해외 신시장 개척...중소형사는 선택과 집중

▲ 주요 증권사 CEO들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로의 전환과 해외 신시장 개척, 리스크관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 CEO들이 2일 새해 첫 거래일을 맞아 신년사를 통해 2020년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올해 증권사들은 전년도에 이어 ICT를 결합한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향후 경영의 핵심으로 삼을 것을 천명했다.

먼저 자본규모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최현만 부회장이 신년사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그는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를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금융 플랫폼 서비스는 하이 테크놀로지를 지향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고객과 24시간 편리하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혁신적인 디지털금융 솔루션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응대하자"고 제안했다. 1월 중 미래에셋그룹이 네이버파이낸셜에 투자하기로 한 8000억원을 염두에 둔 일성이다. ICT가 가진 빅데이터와 플랫폼이 금융노하우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 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는 이어 "글로벌화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확장이 아닌,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라며 "고객은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국내에 편중된 투자를 분산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회사는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와 함께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선도하는 회사로서 향후 10년의 시작이 2020년의 화두로 해외시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고객 응대가 비대면 등 ICT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적 접근과 완전히 차별화된 오프라인 VIP컨설팅으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 사장은 "우리가 하는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고객들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할 때"라며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고민해 제시하는 어드바이저(Adviso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KB증권 박정림·김성현 대표도 신년사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들 대표는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비즈니스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은 고객의 금융 니즈(needs)를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고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경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은 상대적으로 심플한 메시지로 해외 사업 확대에 좀더 무게를 뒀다.

정 사장은 "이제 대한민국은 1~2%대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 증권사가 아니라 글로벌 IB라는 더 큰 시각을 가지고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 한계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 침체를 넘어 새로운 투자자산 제시와 지금껏 쌓아온 시스템 노하우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대신금융그룹은 이어룡 회장의 육성으로 신년사를 전했다. 이 회장은 차별화된 경쟁력과 전문성을 화두로 올렸다. 이 회장은 "올해부터 우리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문성 향상을 통해, 3년 내 업계를 선도하고자 한다"며 "핵심사업 위주로 집중하고,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분야로 사업을 재편해야만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환경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과 전문성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주요 증권사 경쟁에서 변화의 때를 놓쳐 대형 증권사 리그에서 이탈한 대신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전문성 제고를 강조한 신년사다.

중소형사 CEO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한양증권 임재택 사장은 업계 최강의 이기는 조직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첫째 일을 함에 있어 치밀한 전략과 준비를 갗출 것, 둘째 포기하지 않는 끊없는 도전정신, 셋째 역발상 전략으로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IB비즈니스 경쟁이 격화되는 때에 강소증권사로서의 강점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다.

KTB투자증권 최석종 사장은 "IB 중심의 견실한 중소형 증권사로서 차별화된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며 특히 "해외 대체투자 프로세스를 구축해 미국, 태국 등을 비롯한 KTB의 해외 현지법인뿐만 아니라 우량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지속적인 딜 소싱(Deal Sourcing)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이 많지 않아 리테일 경쟁력은 높지 않지만 운용사, 벤처투자, PEF 등 금융투자그룹으로서의 폭넓은 경쟁력을 통해 규모가 작은 증권사가 할 수 있는 IB영역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은 "증권업의 성공요소 중 자본의 비중이 높아지고 많은 회사가 IB 사업에 몰입하면서 사업 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다"며 "그에 따라 잘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의 간극이 커지면서 여러 경쟁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임직원들은 당사의 소중한 자원에 대한 육성과 혁신을 함께 실행해야 하며 외부의 우수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증권사 사장 출신답게 규모 확장을 꾀하기 위해 IB대전이 벌어지는 리스크 속에서도 기회를 찾자는 전략으로 읽힌다.

유안타증권 서명석·궈밍쩡 대표도 신년사에서 "고객의 거래 금융기관 선택에 있어서 신뢰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려면 혁신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고유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외연 확대가 아닌 장점 극대화로 리스크 통제를 통해 신뢰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신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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