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은 ‘자강불식(自强不息)’ 다짐
임직원엔 ‘제구포신(除舊布新)’ 주문

▲ 2일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취임한 나재철 신임회장이 취임식을 가졌다.(제공=금융투자협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나재철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회사 사이의 단순 조율자 역할을 넘어, 자본시장이 기업의 성장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회장은 2일 금융투자협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나재철 회장은 대신증권에서 35년간 일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연말 경선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협회장에 등극한 바 있다.

나회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1년을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美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확산, 홍콩 반정부 시위 등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대내적으로는 각종 경제지표 악화로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렀고, DLF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시장 위기론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도 23년만에 증권거래세 인하를 이끌어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위한 첫 걸음을 떼고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제도 도입, 자산운용 산업의 경쟁력 확보, 시장 친화적 규제 개선의 기틀 마련 등을 이룬 협회의 노력을 치하하기도 했다.

다만 나회장은 그간 금융당국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 및 국회와 소통을 담당하는 가교 역할 수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능동적, 적극적, 선제적 협상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협회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협회가 적극적인 역할 수행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과거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 비우호적인 규제환경, 성숙하지 못한 투자문화 속에서 자본시장이 타 선진국 대비 성장세가 더뎠던 것에서 찾았다. 또 적극적인 역할로 변해야 할 당위성은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국면에서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 발굴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자본시장에 기대하는 시대적 요청에서 찾았다.

나회장이 취임사에서 자본시장 역할 강화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사항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 국민자산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환경 구축이다. 그 예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를 들었다.

둘째, 자본시장 미래역량 확보다. 그 방법으로 모험투자 및 혁신기업을 적극 발굴하는 금융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셋째, 회원사 건의 채널 확대다.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 일변 정책의 노선 변경을 위해 금융투자회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늘려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중심의 선제적 자율 규제다.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고 금융당국과 국민의 금융이해도 제고 방안을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마지막 사항을 두고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연말 금융투자회사들에 대한 감독 당국의 높아진 규제수위를 두고 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라는 의견과, 통상적인 설명이지 의미를 둘 부분은 아니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내부 임직원에 대한 쓴소리도 취임사에 함께 담겼다. 나회장은 “조직의 안정성만 고집해서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조직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열정, 소통, 변화의 조직문화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선도적인 가치창출을 위해 성과창출형 인사, 예측가능한 인사를 시행할 거라며 긴장감을 높였다.

나회장은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면서 본인 스스로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자강불식’은 4서3경 중 ‘역경(易經)’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는 이것을 응용해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를 맞아 협회장이 앞장서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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