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양홍석 체제 본격 시동 위한 정지작업

대신증권 양홍석 사장(제공=대신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대신증권이 새로운 10년을 위한 포석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을 중시해 보수적인 인사시스템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인사에선 주요 보직에 젊은 피를 배치시켜 역동성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본격적인 3세 경영에 힘을 실어 확대된 외연에 걸맞은 경쟁력 강화를 이루고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도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이름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룹 오너 이름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산업계와 달리 오너회사라 할지라도 전문경영인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는 여타 금융투자회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대신금융그룹이 스스로를 금융부동산 그룹으로 부르고 있는 만큼 그룹 전체를 통괄하는 신년사를 회장 명의로 낸다는 측면에서 이상할 건 없지만, 이미 이것이 오래된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설명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대신금융그룹 오너가의 역사를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어룡 회장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회장의 며느리다. 남편인 양회문 전 회장이 2004년 작고한 뒤 회장 자리에 올라 경영자로 변신한 사례다. 아들인 양홍석 사장이 81년생으로 당시 경영수업을 받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직접 대신증권을 챙기던 이회장은 2012년 대신금융그룹 출범과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본인은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회장은 새로운 10년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이야기하며 10년전인 2010년 신년사를 임직원 앞에서 상기시켰다. 증권사들이 자산관리(WM)에 대한 전문성을 이야기하던 시절 “금융주치의 원년 선포와 더불어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했다”고 회고했다.

이회장이 말하는 변화와 혁신은 증권회사에서 금융부동산 그룹으로의 외연을 대폭 넓힌 양적 확대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프라이빗에쿼티, F&I, 자산신탁, 부동산계열사와 해외법인에 이르는 10년의 여정을 통해 외연 확장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이 더 큰 도약을 위해 신년사에서 밝힌 또 다른 10년 전략은 차별성(Unique), 전문성(Expert), 그룹시너지(Summit)다. 대신이 경쟁력을 가진 부분을 명확히 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그를 활용할 개인별 역량 강화, 사업부문간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강화를 주문했다.

이러한 신년사는 해가 바꼈다고 의례히 내놓는 요식행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나재철 사장이 금융투자협회장 출마 공식화 당시 대신증권은 이미 새로운 10년을 이끌 경영진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신증권은 대표이사인 나재철 사장의 후임으로 오익근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오부사장은 대신증권의 공식 인사발표가 나기 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30년간 봉직한 대신맨으로 관계사인 대신저축은행 대표를 지내 CEO로서의 검증도 마쳤고, 그 이전에 대신증권에서 마케팅, 인사, 재무 등 주요 요직을 거쳐갔다. 특히 양홍석 사장과 두터운 신뢰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81년생인 양홍석 사장은 올해로 마흔이다. 아직 젊은 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이 3년 위인 것을 감안하면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다. 특히 양사장은 이미 15년 전에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10년전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경험까지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업력과 네트워크를 쌓으며 나재철 사장과 투톱체제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설 여건이 성숙했다. 오익근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더라도 양사장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증권은 연말 임원인사에 이어 연초 직원 인사까지 단행했다. 특히 그간 대신증권이 그룹 진용 확대를 위한 양적 성장에 방점을 두느라 잠시 미뤄뒀던 IB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

전년에 대신은 전통의 IPO명가로서 중소중견기업에 특화된 틈새시장을 공략해 NH,한투와 함꼐 IPO부문을 선도하며 의미있는 기록들을 남겼다. 또한 HNWI 즉 VVIP고객들을 다수 확보해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에 맞게 부동산 대체상품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IB부문장과 PF부문장에 40대 임원을 선임하는 등 IB조직을 젊게 변화시켰다. IB그룹장으로 11월 전무에 오른 박성준 IB그룹장은 73년생으로 업계 최연소 IPO담당 임원이다. 또 IPO본부를 기존 2개 팀에서 3개로 확대 개편하고, 회계사 등 외부 전문 인력을 대폭 수혈하여 2017년 67명에서 2018년 66명, 현재는 75명까지 조직을 키웠다.

대신증권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기획본부장은 “대신증권은 여타 증권사들이 몸집키우기와 해외진출에 집중할 때 금융그룹으로서의 진용 구축이라는 횡적 성장을 선택했다”며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더라도 향후 10년은 양홍석 사장의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젊은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어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동에 위치한 대신 파이낸스센터 전경 사진(제공=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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