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규제 관련해 강경 입장 후퇴?

▲ 2020년 신년 맞이 간담회를 개최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회장이 9일 여의도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인사를 겸한 신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전임 협회장의 공석으로 협회장이 공석인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 사이에 부동산 PF 규제 관련 입장차가 드러나고, 사모펀드관련 투자자보호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민감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신임 협회장의 공식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리라 관심이 집중됐다.

전년 말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부동산 PF에 대한 규제조치를 내놓고, 지난 7일 금투업계 CEO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투자은행의 신용공여 대상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관련 법인을 제외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7일 회동에는 금융투자협회장도 참석했기 때문에 회장 자격으로 당국과 대화를 나눈 소감과 향후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나재철 회장을 따라 대신증권 홍보실장 자리를 그만두고 금융투자협회 신임 홍보실장으로 선임된 임규목 이사는 간담회 서두에 “협회장께서 취임하신 지 얼마 안 돼 아직 세세한 업무파악이 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내용은 홍보실로 추후 문의 바란다”고 전제하고 이어 협회장의 향후 계획 낭독으로 간담회는 마무리됐다.

나재철회장이 이날 밝힌 내용은 지난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과 상당부분 중복이 있었다. 다만 협회가 앞으로 일해나갈 원칙과 세부 과제, 협회장으로서의 각오가 추가됐다.

나회장은 “협회장으로서 정부, 국회 등에 정책 건의를 지속 확대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회원사를 대변하는 협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은 금융투자업계의 PF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관련된 협회장의 생각이었다. 협회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의 PF규제는 부동산투자 쏠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 물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며 “증권업계는 초기 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수단(Vehicle) 및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고, 정부의 정책 중 하나인 부동산 직접투자를 간접투자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증권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협회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단순히 반대하기 보다는 국민경제와 투자자 보호 차원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정부와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 고 전했다.

이 날의 발언을 두고 협회장 취임시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나회장이 불과 몇일 만에 입장의 수위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그는 자본시장의 역할 강화를 위한 세부 과제 중 하나로 ‘시장 중심의 선제적 자율규제로 불완전 판매 근절과 금융당국 및 국민의 금융이해도 제고 방안 동시 추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신년사를 접한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계가 하는 일의 경제적 의미를 당국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과도한 규제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이에 관해 기자간담회장에 동석한 남달현 경영혁신본부장은 “과거 금융시스템이 은행 중심으로 돼 있다보니 확대되는 금융투자업의 역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협회장님의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꼭 금융을 모른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역할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나회장은 이 외에도 협회에 소속된 다양한 회원사들이 있는 만큼 특정 업권에 쏠리지 않는 ‘균형있는 업무처리’를 강조했다. 증권사 출신 CEO로서 자산운용업계 등이 소외될 거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증권업 관련해서는 IB업무 역량강화 지원, 개인 모험자본 투자 확대 추진, 증권사 해외 투자 인프라 개선 등을 약속했고, 자산운용업과 관련해서는 공모펀드 활성화, 고난도 사모펀드 판대 금지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 등을 강조했다. 부동산신탁업 관련해서는 우호적인 영업기반 구축과 공모리츠 활성화를 내세웠다.

또 주식거래세 양도소득 과세체계로 전환 등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방안을 내놨고, 원금보장형 상품에 치중된 퇴직연금 운영 체계 변화를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괄적인 규제기준 적용 보다는 업계의 자율규제가 정착되고 투자자교육 강화를 위해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확대 적용시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 내용을 전해들은 한 업계 임원은 “신임 회장으로서의 각오가 담긴 내용이 많아 기대가 된다”면서도 “많은 내용을 모두 이루려 하기 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씩 이루어 가시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나회장이 협회장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인 ‘혁신 테스크포스(TF)’ 구성을 마치고 본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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