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실적 대비 위축된 투자심리로 반등 여지

▲ 초대형 투자은행 5곳(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연말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와 새해 중동발 악재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흔들렸던 증권주가 투자하기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황과 상관없는 IB부문 실적이 견조하고 12월 금리 인하로 채권평가이익이 회복됐을 뿐 아니라 ELS 조기상환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진 영향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옵션만기일이 지나 기관의 매도가 진정되면 코스피 상승이 나타나 증권주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년 9월 19일부터 올 1월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2080.35에서 2229.26으로 7.16% 상승하는 동안 증권업종지수는 1829.31에서 1691.49으로 7.5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자 당시 증권주 재평가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이 2분기 실적에 미치지 못하자 증권주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연말 부동산 PF에 대한 당국 규제에 대한 우려와 연초 중동발 리스크가 발생으로 코스피 하락과 함께 증권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증권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자기자본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4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632억원, 순이익 1160억원이 예상된다. 순이익 1160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318.7% 증가한 것으로 전년 동기에 일회성 비용들이 많아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폭의 신장이다. 9조에 달하는 자본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수수료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 그룹 차원의 직간접적 참여가 이뤄졌고, 해외부문의 실적이 가시화된 결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대우의 4분기 연결기준 이익이 시장컨센서스 1207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타사 대비 신규 투자 여력이 양호하고 PF대출확대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4분기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은 순이익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대비 다소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정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속한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연결이익이 시장 컨센서스 1414억원에 부합하는 1407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순영업수익 전부문에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카카오뱅크가 연결자회사에서 제외된 것을 제외하면 트레이딩, 상품 등 전 부문에서 고루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는 NH투자증권에 대해선 기업공개(IPO)분야 선전, 회사채 발행 등 IB 전분야에서 고른 활약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0.7% 성장한 1470억원, 순이익은 1114.0% 증가한 1417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증권주들의 호실적에는 주식시장의 견조한 흐름에 따라 ELS와 같은 파생결합상품의 조기상환이 늘어 투자자들의 공모금액이 늘어난 것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이 밝힌 4분기 ELS 조기상환 규모는 22.1%로 전분기 대비 13.9%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 162.1% 폭증했다. 4분기 ELS 설정액은 2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전분기 대비로는 64.3%나 증가했다. 3분기 DLF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파생결합상품 시장이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은행(IB)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증권사들이 이처럼 안정적인 실적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증권주들은 투자자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5G 바람을 타고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종목들에 비하면 코스피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19일 당시 7660원을 기록하나 지난 12월 26일 종가기준 7780원에 거래를 마친 후 13일 7450원으로 종료했다. 4분기까지 실적을 끌어올리며 작년 한해 최대 실적을 이룬 것으로 보이는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상장 모회사)는 지난 9월 19일 7만7100원을 기록 후 연초에 7만원을 하회하다 13일 7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지난 9월 19일 1만2800원을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은 12월 26일 1만3300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지속 약세를 보이며 13일 1만2050원으로 거래를 마친 상태다.

한 증권사 WM본부장은 “증권주는 회사 본연의 경쟁력과 시장의 흐름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한다”며 “주가 변동성이 타 업종 대비 높은 측면이 있는 만큼 단기 투자심리 위축은 매수타이밍이 될 수 있고, 옵션만기일 종료와 1월효과 기대감 등에 양호한 실적이 확인되면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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