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 이사 못가 발동동…"과도한 규제"
집주인 전셋값 인상 요구에 불안한 세입자

▲ 고양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서울 종로구에 11억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직장인 김모(47)씨. 김씨는 최근 이사 계획이 틀어져 답답해하고 있다. 그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현재 집을 세주고 강남 8학군으로 이사하려 했으나 20일부터 정부의 9억원 이상 전세대출 보증 제한으로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김씨는 정부의 규제를 받자 다주택, 현금이 많은 부유층만 원하는 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 신세에 한탄하고 있다.

정부의 두더지 잡기식의 땜질식 부동산 대책 발표에 시장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20일 부동산114의 이번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라 이번주 매매 상승률(0.09%)을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금천(0.30%)·송파(0.21%)·양천(0.19%) 등 순으로 올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겨울 비수기임에도 서울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청약 대기 수요와 신학기 수요까지 이어지고 있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전셋값 불안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자녀 교육 등의 목적으로 서울 강남 등지에 전세를 거주하는 경우 이번 규제가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실거주 집을 전세로 주고 전세 대출을 껴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방식이 불가능해진 것이 이번 규제의 핵심이다.

정부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잡기 위해 발표한 이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전셋값을 오르게 하는 등 임대시장에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금 대출로 갭투자를 하는 수요를 차단할 수 있어 금융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갭투자 물건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공급량 부족으로 이어져 전셋값이 오르는 등 임대시장 불안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갭투자 수요를 단순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들을 차단한다고 해서 대책 효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인한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세입자들의 불안도 커질 전망이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기존 전세 대출의 단순 만기 연장만 할 수 있고 추가 대출은 안된다. 세입자는 신용대출을 받아 전세금 증액분을 충당하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정부는 20일 전에 전세대출 보증을 받은 고가주택 보유자에 한해 만기시 대출 보증을 연장해주지만, 전세 대출 액수가 늘면 신규 대출로 취급돼 만기 연장을 할 수 없다.

결국 강남발 전셋값 인상이 불쏘시개로 작용해 강북, 수도권으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때문에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규제가 되레 아파트값을 올려 서민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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