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162명 승진…CEO 후보군 부사장 14명 승진
이재용 부회장 재판 리스크 고려 기존 틀 유지 속 '젊은 피' 수혈

▲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20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21일 후속 임원인사를 통해서도 안정속의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기존 경영틀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함으로써 '안정 속의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1일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펠로우 3명, 마스터 15명 등 총 162명을 승진시키는 2020년 임원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부사장 자리에 1970년대생을 포함해 50대 젊은 리더들을 대거 전진배치한 점이다. 올해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는 총 14명으로 최연소는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 최원준(50) 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 및 칩세트 개발 전문가로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 상용화와 '갤럭시 S10' 시리즈 적기 출시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 부사장 외에도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3명이 50대 초반의 '젊은 피'였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 개발그룹장 최용훈(51) 부사장은 마이크로 LED TV '더 월' 등 차세대 TV 폼팩터 개발을 주도했다. 세트부문 나기홍(54)과 김우준(52) 부사장도 젊은 리더에 속한다.

50대 후반 부사장으로는 김진해(57), 김성진(55), 서병훈(57), 정해린(56), 이원식(58) 등이 있었다.

이밖에도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대에 기여한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심상필 부사장, 파운드리사업부 PA2팀장 정기태 부사장도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승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인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령과 연차에 상관없이 승진한 발탁인사도 올해 24명에 달했다. 지난해 18명에서 6명이 늘었다.

최연소 전무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싱크탱크팀장 프라나브 미스트리(39)다. 그가 만든 사내 벤처 조직 스타랩스는 올 'CES 2020'에서 인공지능(AI) 아바타 '네온'(NEON)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로보틱스 컨셉트 발굴과 핵심기술 확보,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상무 승진자로는 경영지원실 기획팀 마띠유 아포테커(39)가 가장 젊었다. 그는 경영전략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로 5G, AI 등 신기술 바탕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다.

이밖에 생활가전사업부 UX혁신그룹장 임경애 상무는 심미성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임 여성 임원은 5명으로 지난해(8명)에 비해 줄었다. 특히 승진 인사에 포함된 메모리사업부 플래시PA팀 안수진 전무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첫 여성 전무다.

승진자 수 자체는 지난해보다 4명 늘어난 162명이었다. 지난 2017년 말 221명을 승진시킨 이후 지난해 158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승진 인사 규모가 소폭 늘어난 셈이다.

펠로우와 마스터 승진을 제외하면 DS부문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61명이 나왔다. IM(IT·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 등 세트 부문은 83명이 승진했다.

삼성은 전날 사장단 인사, 이날 임원 인사를 마무리지은데 이어 조직개편과 보직이 확정되면 다음달 초 공식 출범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한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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