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잠실점 설 앞두고 한산한 분위기
대한상의 "올 1분기 소매유통업 지속적 하락세 예상"

▲ 22일, 설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잠실점 내 상설매장에 소비자가 몰리지 않아 한산하다. 사진=신용수 기자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설을 앞두고 서민경제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얇아진 지갑 사정 탓에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으며 유통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업계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설을 앞두고 방문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분위기는 매우 조용했다. 소비자가 주로 몰리는 주말이 아닌 주중임을 감안하더라도 설 분위기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통업계는 설이나 추석처럼 대형명절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촉진되는 경향이 크다. 백화점 업계 등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며 대목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크게 달랐다.

한 남성복 매장직원은 "설을 앞두고 할인행사를 크게 펼치고 있지만 설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몰리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구두매장 판매직원도 "주로 여성 소비자들이 백화점 쇼핑을 많이 오긴 하지만 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설 즈음에 가족단위로도 구매하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도 "요즘은 아니다. 물품을 사더라도 소액, 소수의 품목만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백화점 매장 제품의 가격이 비싸서 소비자 방문이 적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백화점 8층에 마련된 상설할인매장도 비교적 한산했다. 할인매장에는 물건을 구경하는 소비자보다 판매직원이 더 많을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는 쇼핑객들이 물건 구입 후 들리는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11층에 마련된 식당가에는 주로 쇼핑을 나온 여성 소비자들이 몰려 분주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한산했다.

소비 위축 분위기가 단순히 백화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살아 '자취촌'으로도 불리는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림동 쇼핑몰 '포도몰'에서 남성복을 판매하는 직원은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몰리다보니 값비싼 백화점 물품보다 더 저렴한 물품을 들여오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설 맞이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더욱 몰려드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탓일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듯하다"면서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이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위축은 그만큼 시중에 도는 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으며 0.8% 성장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을 비롯해 경제가 안팎으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성장세 회복을 유도하고 있지만 수출, 투자 악화로 민간 부분의 반등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백화점의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1분기에 백화점을 비롯한 소매유통업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가 21일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 전망치가 기준(100)을 웃돌면 호전, 밑돌면 악화를 의미한다.

대한상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전망지수가 줄곧 하락세를 보인다며 "한국경제의 저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소비 부진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백화점이 전분기(103)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93으로 조사돼 낙폭이 가장 컸다. 대한상의는 "올겨울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와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패션 분야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을 내놨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유통업계 전반적인 어려움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 상황을 잘 보여준다"며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하려면 경제회복과 함께 유통업계 규제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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