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투협회장…정부에 규제완화 목소리 명분 약해져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라임자산운용발 사모펀드 펀드런 조짐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 규제 강화에 나선 감독당국에 대한 증권사들의 규제 완화 논리가 힘을 잃고 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 출신 나재철 금투협회장 입장에선 비록 회사를 떠났다고는 하나 본인의 재임 시절 발생한 사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일 수 밖에 없다.
‘펀드런’이란 경제위기시 은행의 예금지급 불능 사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앞다투어 예금을 찾아가 대규모 인출사태가 나는 ‘뱅크런’에서 차용된 말로, 펀드 운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거나 운용수익률이 악화될 때 환매가 줄을 이어 고객들의 환매 요구에 응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환매 연기 예정 펀드는 자신들이 보유한 펀드 총 자산의 19.5%에 상당하는 수준”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2월말까지 26개 펀드, 1817억원 규모에 대해 환매가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전체 운용 자산(AUM)은 9000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신들의 상황은 앞선 라임자산운용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그 차이점으로, 투자대상이 메자닌이나 무역금융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벤처기업과 상장기업이라는 점, 모자형 구조가 아니라는 점, 펀드 운용 내역을 세세히 공개해 투명한 운용을 하고있다는 점, TRS 사용 규모가 전체 운용자산의 5%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다는 점, 불법적인 일과의 결련성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알펜루트 측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TRS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선제적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계약 해지를 통한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사모펀드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현재의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건이 터지게 되면 투자자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와 상관없이 감독당국이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얼마전 금융위원장께서 누구 탓인지 서로 따지지 말고 금융권 전체가 합심해야 한다는 말씀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감독 당국의 인지와 책임 통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업계를 대변해 여러가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발전을 위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던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 최대의 판매사 출신인 금투협회장께서 규제완화를 말씀하실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각 팀별로 진행 사항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는 “WM지원부에서 주요 판매사와 현황 파악 중이고, 사모펀드지원팀에서 주요 운용사의 운용 현황과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 차원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건의는 일단 삼일회계법인의 결과 발표를 지켜본 이후에야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 문제된 라임운용의 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내가 가입한 펀드의 가치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도 모르고, 증권사가 자기 몫을 먼저 챙겨가면 또 얼마나 남을 지도 모르는 기가 막힌 선택을 했다”며 “판매한 지점장은 다른 회사로 가서 억울하다 하고, 그 분에게 베스트PB상을 주셨다는 사장님은 협회장이 되셔서 다른 곳에 물어봐야 하는 심정을 누가 알까 모르겠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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