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브라질 스마트폰·TV 생산 공장 둘러봐
인사단행·파기환송심 "준감위, 양형 검토" 등 발걸음 가벼워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노태문 신임 무선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 명절 연휴 기간에 중남미 생산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펼쳤다. 이 부회장이 최근 그동안 미뤄졌던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다음달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공식 출범을 발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파기환송심 형량 경감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영의 발걸음이 가벼워 지는 모양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28일에는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캄피나스 공장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브라질 생산기지를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19년만이다.

이번 중남미 출장에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세트부문 사업부장들과 장시호 글로벌기술센터장 (부사장) 등이 동행했다. 특히 노태문 사장은 최근 실시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그동안 고동진 IT·모바일(IM)사업부문장(사장)이 겸임했던 무선사업부장을 새로 맡게 되면서 삼성 무선사업전략의 새 틀을 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에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상파울루 법인을 비롯해 마나우스와 캄피나스 등 두 곳의 제조 거점을 구축했다. 상파울루에 있는 브라질 연구소와 중남미 디자인 연구소는 중남미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마나우스 공장은 7000여명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며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 전반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방문해 생산 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남미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2.3%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중국계 레노버-모토로라, 화웨이 등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중남미 시장을 겨냥해 브라질 상파울루에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는 데 8억달러(약 1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브라질 정부가 오는 2022년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잇단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신장비 선정 과정에서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삼성과 화웨이간 브라질 5G 네트워크 시장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 오늘 먼 이국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설 연휴 기간 글로벌 경영현장 방문은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설·추석 등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현장의 임직원을 격려하거나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회동을 통해 글로벌 사업 동향을 파악하고 의견을 공유해왔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급락 속에 설 연휴 기간에 시진핑 중국 주석의 고향이기도 한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공사 현장을 방문했으며 추석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양형 심리와 관련해 (삼성이) 제시한 준법감시제도(준법감시위원회)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감형의 기대감이 커진 만큼 글로벌 경영행보가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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