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출규제·종부세 강화 압박에 매수심리 꺾여
전문가 "시세 낮은 강북·수도권 위주 수요 몰릴 것"

▲ 서울 강동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의 12·16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후 6주만에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호가가 수억원 떨어진 매물이 등장하며 정책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을 누른 만큼 강북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한국감정원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이 무려 30여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감정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강남구는 전주 0.01% 상승에서 -0.02%로 하락 전환했다. 서초구는 보합에서 -0.01%, 송파구도 0.01% 상승에서 -0.01%로 꺾였다. 강남구는 33주 만에, 송파구는 32주 만에, 서초구는 31주 만에 각각 집값이 떨어진 것이다.

12·16대책에 포함된 강력한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고가주택 중심으로 가격의 움직임 둔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굳어지며 매수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를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LTV 강화,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자금 조달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필요할 경우 더 강력한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을 시사한 점도 하락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강남 부동산 시장 당분간 조정기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정부의 12·16대책 이후 강남 아파트의 경우 사려는 매수자보다 팔려는 매도자가 더 많아지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조사를 보면 지난주 강남 11개 구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는 99.5를 기록해 기준선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은마아파트나 잠실 주공5단지 등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도 매도자가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 76㎡에서 대책 발표 전보다 최소 3억원 이상 낮은 18억8000만원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강북 지역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는 등 풍선효과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같은 날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강북 14개 구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05.4로 되레 지난주(103.9)보다 높아졌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에 차등을 둔 영향으로 강남은 9억원 이상은 고가 아파트, 15억원 이상은 초고가 아파트에 해당되는 주택이 많아 집값이 내림세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반대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강북 지역은 수요가 발생하면서 최근 강보합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없이 15억짜리 집을 살 수 있는 매수자는 소수에 불과해 강남 주택시장의 거래 잠김 현상이 이어지며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갈 곳 없는 수요는 서울 강북 및 수도권 호재 지역 위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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