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김동명 신임 위원장이 28일 취임식에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기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노사정 협의 틀을 만들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93만여 명의 한국노총을 이끌어가는 신임 위원장의 발언은 향후 3년간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가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한국노총 노조원의 권리 보장을 목표로 하겠지만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는 만큼 강경일변도의 방향만은 아닌 것 같다.

사회안전망 강화,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노동 존중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은 노사정이 협의 없이는 어려운 과제다.

그만큼 노사정이 합의해야 가능한 과제이다.

그 첫 과제가 IBK기업은행 행장 문제에서 일단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안을 마련하고 윤종원 신임 행장 출입문을 여는데 한국노총이 한발 양보한 행보로 평가받을 만하다.

IBK기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이고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행장의 선임은 사실상 정부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노총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7년 5월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낙하산 인사 근절과 전문성 있는 인사 선임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정책협약을 체결해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문제의 소지를 낳게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하고도 노조가 이를 거부해서 26일간 신임 행장 출근을 저지하는 사태를 촉발했다.


금융기관장 취임을 저지하기 위한 출근 저지투쟁사에 26일이라는 최장기록을 남긴 IBK기업은행 사태에 노사정이 이를 해결하는 해법을 찾았다는 점은 한국노총의 방향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임 김 위원장은 노사정이 서로 지혜를 모으고 하나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한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그 첫걸음이기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노사 양측에 노사가 합의한 임원 선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더 책임 있게 함께 노력하겠다는 물밑 작업이 노사에게 신뢰를 회복시킨 만큼 각각의 주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IBK 금융그룹은 은행부터 보험 등까지 1만3천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금융기관이라 이번 출근 저지 투쟁은 자칫 임명권을 부정하는 사태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윤 행장은 지난 2일 선임 후 세 차례(3일, 7일, 16일)에 걸쳐 을지로 본점에 출근을 시도했고 노조는 그때마다 저지했다. 노조는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라고 맞섰다. 그 배경이 바로 지난 2017년 5월에 맺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과의 협약이었다.

급기야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은행 노조를 향해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를 거쳐 OECD대사 그리고 문재인 정부하에서 경제수석까지 지낸 윤 행장을 막는 데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지만, 이에 노조도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낙하산 기준을 바꿨다면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였다.

어렵게 꼬인 물꼬를 튼 것은 당사자들인 노사정이 한발 양보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진 만큼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에 기대하는 바가 큰 이유다.

서로를 위한 길에 양보라는 카드만큼 좋은 것도 없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