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교육의 요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류수노 총장에게 듣는다

▲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86 소재 원격교육과 평생학습의 요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류수노 총장이 일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최종걸 주필 대담 권희진 기자 정리] 

4차 산업혁명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의 또다른 미래를 준비중인 원격교육의 산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류수노. 61. 이하 방송대)를 찾아 어떤 '미래 사다리'를 준비하고 있는지 류수노 총장과 29일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흔히들 얘기하는 스카이대학 출신을 포함해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재입학한 학생이 매년 1,000명이상 신편입생으로 입학한다는 방송대다. 요즘은 전문성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인접학문을 배우는 일이 늘고 있다. 치과대학을 졸업후 병원 운영을 위해 회계와 경영을 좀더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동물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통계분석의 한계를 느껴 통계분석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방송대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시간의 구애됨이 언제 어느곳에서든지 배울 수 있는 국립 방송대. 그 방송대 출신이면서 사령탑을 맡아 희망과 미래 사다리를 구상중인 류 총장을 만났다. 류수노 총장은 농촌 후계자로 농사를 짓다 뒤늦게 방송대 농학과에 진학, 방송대 출신 최초의 총장으로 취임했지만 여전히 쌀 신품종 개발에 전념중인 육종학자이기도 하다.<편집자 주>


◇ 류 총장님은 방송대 출신으로 교수에 이어 총장 임용을 앞두고도 3년5개월후인 지난 2018년 총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성공 신화보다는 실패를 견디며 불굴의 삶에 도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방송대 총장 취임 이후 반환점을 맞이하신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방송대 출신으로 교수 시절부터 꿈꿔왔던 많은 일을 추진하였고, 또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국회의원 175명 이름으로 입법·발의한 방송대 특별법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방송대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비단 방송대의 위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평생 고등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취임 이후 약 200억 원의 국가 예산을 확보하여 DMC, 중앙도서관 등 본부 시설은 물론, 지역대학까지 아우르는 교육 및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정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평가시스템 개편, 학습진도율 평가 도입, 졸업 소요학점 조정, 출석 수업 형태 변경 등 방송대 48년 역사를 바꾸는 혁신적인 교육 및 학사제도 개선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을 바탕으로 방송대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원격 고등 대학으로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총장으로 일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은 지역 중심의 일반 국립대학과 달리 방송대학은 전 국민의 평생교육 지원을 위하여 설립된 국립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죠.

하나의 예로, 일반 국립대학은 교직원 중 공무원의 비율이 80% 정도지만 방송대는 공무원의 비율이 5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방송대 전국 13개 지역대학, 3개 학습센터, 31개 지역학습관에 근무하는 직원 180여 명 중 공무원은 40여 명으로 약 2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필수인력 운영 예산을 재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형태가 되어 대학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타 국립대학 수준의 국가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류수노 방송대 총장이 쌀 육종 관련, 생애 마지막까지 종자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시면서, 방송대 총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계신 분야가 있습니까?

▲ 임기 초에 설정했던 추진 방향을 토대로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 임기 3년 차인 올해의 대학 경영 목표는'대한민국 미래 교육 선도대학 기반 강화' 입니다.

이를 위해 대학 재정을 전략적으로 운영,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여 지속 성장하는 대학 시스템 구축에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 중점 사업으로는 첫째, 방송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교육부와 함께 시행령 준비단을 구성하여 방송대의 미래를 크게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학생 수요자 발굴을 위한 신설학과, 교육콘텐츠의 품질관리 강화 그리고 학사관리 및 시험출제 시스템 혁신, 형성평가 프로그램 개발, 홈페이지의 전면 개편 및 U-KNOU 캠퍼스 모바일환경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중앙도서관을 대학로의 랜드마크로 2021년까지 신축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대학이 올해 11월에 전 세계 162개 원격 고등교육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원격대학협의회(ICDE) 총장단 회의를 주최하게 됩니다. 이를 기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계 평생교육 서울 선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넷째, 이제 2년 후면 우리 대학이 개교 50주년을 맞이합니다. 대학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가칭 '개교 50주년 준비단'을 꾸릴 계획이며, 이를 통해 방송대가 전 세계 평생교육의 대표기관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방송대가 다른 대학과 구별되는 특장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또 미래 사회에서 방송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방송대가 다른 대학과 다른 큰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 TV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과 삶의 가치를 함께 누리는 워라벨 시대에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죠. 또한 온라인 강의 단점을 보완하는 출석 수업(면대면 강의) 기반의 온오프라인을 혼합한 러닝 시스템은 타 사이버 대학과 차별화되는 방송대만의 강점입니다.

특히 한 학기 30만 원대라는 부담 없는 등록금과 연 160억원의 풍성한 장학 혜택, 우수한 교수진의 교육콘텐츠는 국민을 위한 교육복지 보편화에 방송대가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취업,후진학’ 학사학위 과정인 ‘프라임칼리지’의 경우 재직 연한에 관계 없이 직장인이기만 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수업과 시험이 모두 100% 온라인으로 운영됩니다.

또 미래 사회에서 방송대의 역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대는 통일 후에 발생할 한반도의 미래 교육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고, 국립 원격 교육 기관으로서 그 어떤 대학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점이 방송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자신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 한류에 기여 할 수 있습니다. 방송대는 현재까지 외국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국내 대학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까지는 논의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죠.

먼저, 코이카(KOICA)와 협력사업으로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DR콩고에 원격교육모델을 전수하였고,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유니트윈(UNESCO-UNITWIN)과의 협약 및 파트너십을 통해 우수한 대한민국 고등교육 시스템을 전파하는 등 개발도상국의 교육 공적 원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방송대는 2017년 국내 원격교육 분야 중 최초로 유네스코-유니트윈 주관대학으로 선정되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등 회원국들은 물론 대상기관들과 연구 협력을 통해 원격교육 경험 및 지식 공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에는 방송대 본관에서 ‘유네스코 유니트윈(UNESCO UNITWIN)’ 네트워크 출범 및 사업 구체화를 위한 워크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방송대는 앞으로도 교육 한류를 이끄는 리더로서 단순히 대학 차원의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유네스코, 코이카 등과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앞서 말씀하신 현재 방송대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즉, '방송대 법 제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 지난 1970년대 당시 정부는 대학교육 기회를 확장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방송대를 설립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국립대학교인 방송대를 다시 한번 ‘초유의 대학’으로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격한 교육 질 관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대학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선결과제로서 법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방송대는 별도의 법률 없이 시행령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시행령은 법률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담은 것인데 상위법인 현재 고등교육법은 방송대를 미래 사회의 새로운 대학의 유형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도 설치령에서는 방송대의 기본 조직에 관하여서만 규정하고 있죠. 이처럼 모법 없이 설치령만 있다는 것은 대학의 혁신을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전문직을 가진 직장인이 자신의 전문 역량을 더욱 개발하기 위해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더라도 방송대에 입학할 수 없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대부분의 방송대는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나, 현행 고등교육법상 방송대는 박사 학위 과정이 없는 특수대학원만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자 할 때 모든 대학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거나 예외조항을 두어야만 합니다.

지난 48년간 방송대는 배움의 한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사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고등교육의 보편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인간 수명의 연장과 같은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미래 사다리’역할을 할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교육의 기회가 곧 계층 이동의 기회가 되었으나, 지금은 그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없어졌습니다. 지난 48년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희망의 사다리를 다양하게, 또한 더욱 튼튼하게 해 줄 것입니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김현수 기자

◇ 이제 총장님은 오늘을 있게 한 대한민국의 한 주역이었습니다. 늦깍기로 학업에 나서 수백편의 논문과 이를 현장에 적용시키는 ‘불굴'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난 저를 ‘가업 후계자’로 낙점하신 아버님의 뜻에 따라, 그저 농사일만을 천직으로 알았습니다. 21살에 군에 입대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죠.

군 시절 배워야 겠다는 계기가 됐고, 26살의 늦은 나이에 어린 시절부터 착실하게 다져진 ‘후계자 수업’으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농학이라 여겨 방송대에 입학했죠. 확신도 있었구요. 그때 만약 방송대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그 공부가 이어져 방송대를 졸업하고 33살에 충남대에서 석사, 이후 박사를 받고 농촌진흥청에 취직을 하고 나니, 그제야 아버지께서 저를 인정해주셨습니다.

당시 아버지께는 정말 죄송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래도 농학을 전공하여 많은 우수한 품종의 쌀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농업’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한 저를 인정하실 것으로 봅니다.

농진청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미국과 일본 국비 유학의 기회도 있었고, 1999년에 방송대 졸업생으로는 처음으로 모교의 농학과 교수로 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 학비도 부족했고 공부만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던 내가 ‘학자의 꿈’을 꿀 수 있게 했던 것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훌륭한 은사를 만날 수 있게 해준 방송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노력과 행운 덕분으로 농학자로서 쌀 관련 논문 139편을 썼고, 국내·외 특허 21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9년엔 항산화 항암효과가 있는 ‘슈퍼자미’, 2016년에는 비만과 당뇨 억제 효과가 있는 ‘슈퍼홍미’를 개발, 대한민국 100대 연구 성과 패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상을 3번 수상하는 등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 총장님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셨고, 이루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쌀을 연구하는 농학자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쌀의 생산력을 증대해 북한의 식량 자급에 기여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먹거리, 바로 식량입니다.

우리의 쌀 생산 기술과 품종이 들어가면 식량난 해결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72년 우리나라가 통일벼를 개발하여 식량난을 우선적으로 해결한 점이 이후 대한민국을 눈부시게 성장시키는 기틀이 되었다고 봅니다. 북한에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브로그박사는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나 역시 한 알의 종자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알려진 성공보다 도전해서 실패를 딛고 변곡점을 넘어왔습니다. 그런 만큼 내 평생의 목표에 도전하는 길에 흔들림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대표 먹거리인 쌀 신품종 개발에 전념중입니다. 내 생애 마지막까지 혁신적 종자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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