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국민 건강의 최일선인 감염병 예방의 첨병인 검역 인원의 확충이 정치 논리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현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잘못되고 있는 것일까?

대응의 옳고 그름을 다루기 전에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지식이 부족한 공학자가 사용하는 한두 가지 분석 방법을 조심스럽게 소개해 보려 한다.

“밥 먹다가도 말이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냅킨에 가만히 물리량을 정리해 보거든, 그런데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두 물리량 사이의 [L,M,T] 차원이 맞으면, 연구실에 돌아와 노트에 옮겨 적고 제대로 고민하기 시작하지.” 98년과 2010년 두 번의 박사학위 디펜스에 모신 물리학과 임동건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에 남은 방법론이다.

L, M, T는 각각 길이와 무게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속도 km/hr는 길이인 km의 1제곱, 시간은 분모에 있으니 -1제곱, 무게는 상관이 없으므로 0제곱이라고 인식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지극히 기본적인 존재 단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자연과학을 해석하는 데에도 유용하지만 사회현상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꽤 쓸 만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위의 [L,M,T] 이야기에 두드러기가 나셨다면 [거리, 자원, 시간]이라는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우한에서 오신 분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격리되어 있다.

이런 격리시설이 갖는 문제는 감염을 피할 충분한 거리와 격리에 소요되는 국가 예산과 격리된 개인이 잃을 수밖에 없는 기회비용으로 정리되는 자원, 그리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2주의 시간이다.

사안의 중대함 때문에 각 개인은 이미 자신이 2주 동안 격리되는 것에 동의하고, 정부에서도 비용을 부담하고, 민간 기업에서 식사를 감당하니 자원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거리와 시간문제는 주변 분들이 상황을 이해하여 오히려 격리시설에 오는 분들을 격려하실 정도로 해결되어 버렸다.

결국 거리/자원/시간문제가 해결되니 우리 국민의 높은 민도가 살아난 것인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

거리/자원/시간의 문제에 지역감정, 관할 정치인의 소속 정당, 음모론 등을 개입시켜 문제를 왜곡시키는 보도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중국에 마스크 2백만 개를 지원하는데, ‘우리나라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보낸다.’고 국민의 분노를 일으킬 만한 보도를 할 때도 마스크라는 ‘자원’이 민간모금으로 마련된 것이라는 사실이 감춰졌다.

물론 자원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지배하는 마음이다.

호르무즈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가 표류하는 이란 선박을 발견하고 기름, 쌀과 초코파이를 주었다. 이란 당국이나 파병을 반대하는 분들 모두에게 참 좋지 않은 시기나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일이었다.

초코파이라니, 굶던 선원들에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먹거리를 준 것은 말도 통하지 않는 군인들의 마음 씀씀이였으니 정말 정을 나눈 것이 아닐까.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여러 개의 변수들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 공대에서는 골치 아픈 미분방정식을 ‘공업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세 학기에 걸쳐 배운다. 가장 어려운 세 번째 학기 강의에 들어갔을 때 한 학생이 “왜 이렇게 골치 아프게 편미분방정식 풀이를 많이 배워요?” 물었다.

“아, 편미분방정식은 여러 개의 변수 중 하나의 변수에 대해서만 푸는 것인데, 그러면 나머지 모든 변수들이 상수로 취급되기 때문에 미분과정에서 없어지거든. 변수 개수만큼 편미분방정식을 풀면 상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져.

그래서 수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더 많은 편미분방정식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결과가 너희들을 괴롭히는 이번 학기 강의란다.”

현 상황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요소들의 복잡한 개입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아야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가능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정치·외교적 측면이 있고, 감염 예방과 관련된 의료/생명공학적 측면이 있다. 물론 후자 쪽 문제의 비중이 훨씬 큰 사안이다.

생명공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질병관리본부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검증 방법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반론의 여지없이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섯 시간 만에 감염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보도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짧은 한 시간 이내에 검증이 가능한 국내 바이오업체들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생물학적 대응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세계적임을 말해준다.

상급종합병원지정 기준에 음압병실을 확보하도록 강제하여 현재와 같이 전국의 거점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 환자를 수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료분야의 성공적 대응 준비로 보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감염은 통제하되,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규정에 내포된 외교적, 생물학적 문제 간의 균형을 잡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중국 내 감염 속도보다 국내 발병 속도가 훨씬 느리므로 현재 감염 확정된 환자들이 더 이상의 감염 없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출입국에 대한 제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엄청난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출현하는 병원체에 대한 대응은 익숙해지지 않는 시험처럼 항상 힘든 과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처럼 문제가 있는 곳마다 정치인이 해결사로 나타나야 하는 시절은 지났다.

옛날 같으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했겠지만 이제 격리 의료현장이나 검사시약 기술개발 기업에 보도진을 데리고 정치인이 나타날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이전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와 달리 의료기관 방문을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거나, 기술 발전을 정치적으로 나타내려는 모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정치권이 좀 더 국민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같이 앞으로도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보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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