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이 겹쳐 수출 효자상품인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7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상품 수출은 줄었지만, 여행 등 서비스수지는 크게 개선돼 통계수치에도 명암이 엇갈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경상수지를 이루는 구성 항목에 따르면 그렇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국외 법인 등에서 배당받은 본원소득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 폭을 기록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해외 공장과 법인을 설립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입 교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서 연 3년째 1조 달러 클럽 국가였지만 경상수지 흑자 폭은 7년 만에 가장 줄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99억7천만 달러 흑자로 지난 2012년(487억9천만 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흑자 폭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8년 이후 이어온 흑자 기조는 22년째 지속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 등의 수출과 관련해 늘어나는 생산과 일자리가 수입으로 인해 줄어드는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수출이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지난해 상품 수출(5천619억6천만 달러)은 전년보다 10.3%(643억1천만 달러) 줄었고, 상품수입(4천851억1천만 달러) 역시 6.0%(310억7천만 달러) 감소해 상품수지는 전년보다 332억3천만 달러나 줄어든 768억6천만 달러 흑자였다. 반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개선됐다. 지난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230억2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90억5천만 달러 줄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증가했지만 일본 등 해외여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요 여행국인 일본으로 간 국내 여행객이 반 토막 난 결과치가 통계에서 보여준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상수지 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연간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12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늘면서 배당수입(226억8천만 달러)이 역대 최고치로 배당 소득수지가 33억2천만 달러 적자에서 33억1천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또 해외 투자 등으로 인한 이자 수입(182억4천만 달러)이 늘면서 이자 소득수지도 전년보다 1억3천만 달러 늘어난 95억2천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역시 역대로 가장 많은 흑자 규모다.

수출입 등 경상수지 통계는 매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수치로 말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중 간 전쟁과도 같은 보복관세 폭탄과 일본에 대한 수출품목 규제라는 엄중한 시련에 세계가 교역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무역적자가 전월 대비 52억 달러(11.9%) 증가한 489억 달러로 6년 만에 줄었다고 하자 월가에서는 주가가 급등하는 등 축제 분위기라지만 실상은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에 따른 것이다. 연간으로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는 616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간 수출입 규모가 줄어든 여파가 우리 통계에 그대로 반영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중 간 기술패권 싸움에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요인이 우리에겐 경상수지 흑자 폭을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뜨린 결과로 작용했음을 보여줬다.

대외변수에 따라 수출입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국내 기업 간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소재인 불화수소 등의 위기 상황에서 국산 대체 기업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중국 공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배선 뭉치로 불리는 '배선 뭉치'(wiring harness) 재고 바닥에 따른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도 경험했다.

일본과 중국 부품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할 상황에서 수출규제와 예기치 못한 급작스러운 전염병에 따른 연휴 결정으로 수출의 주력 상품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고용뿐만 아니라 흑자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과 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함께 가야 할 길이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지원하고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이 공격적으로 기술시연에 나설 때 위기에서도 강한 수출주도형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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