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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국민의 국회의원을 향한 분노'
  • 일간투데이
  • 승인 2020.02.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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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국민의 분노를 멈추려면 국회 스스로 자신들의 목에 방울을 다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1월 말에 국민청원게시판에 짧은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 글의 제목도 내용도 단 한 문장 "현직 국회의원의 모든 선거자료에 지난 국회 출석률을 표시하도록 해주세요" 였다.

이 청원에 대한 2000명 이상의 동의는 필자 자신에게는 정말 큰 성공으로 기억에 남을 감동적인 사건이다. 이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분노에 찬 문장을 곁들여 공유해 주시는 분들이 백 명도 넘었기 때문이다.

동의해 주신 분 가운데는 국산 슈퍼컴 25년차 설계자도 있고, 국내 굴지의 게임 PD 분도, 기타리스트도, 천사 같은 딸래미 사진이 프로필인 엄마도, UCLA의 학부생부터 캄보디아에서 아름다운 미션을 수행하시는 수녀님도 있었다.

국민청원란에 동의도 많이 해보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화가된 청원동의 수십 만을 넘어선 게시판을 보면 영혼없이 '동의합니다' 라고 자동 생성된 글들로 가득한데, 필자의 청원동의란에는 사뭇 다른 동의글들이 있었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 바랍니다. 정당 지원금도 출석율로 삭감 바랍니다. "동의합니다. 더불어 출석률, 성과에 따라 세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특권이 많다. 당신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지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동의합니다 받고 법안 제출 건수와 채택률도 함께요" "동의합니다" 정말 일하는 나라 일꾼을 뽑고 싶습니다. "동의합니다" 출석률 저조일 듯, 일 안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데 치가 떨린다' 등의 본 지면에 다 쓸 수 없는 의견들이 달렸다.

이런 댓글의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국민의 국회의원을 향한 분노'다. 유명한 드라마의 한 어린이가 "까망이나 블랙이나"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당에서 쓸 색깔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외모가 똑 같은 형제가 잘 하는 과목을 나누어 시험공부 해서 시험을 치르고 좋은 성적표에 성적을 받겠다고 하면 아무도 인정할 사람이 없는데, 법의 테두리에서 그걸 규정하지 못했다고 그런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허탈하다.

블랙리스트로 괴롭히던 사람이 그 멍에를 떨쳐내고 이름을 높이니 그 사람 동네에 살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민다. 국회에서 졸고 있거나 심지어 음란한 사진을 보고 있었어도 반성은 고사하고 국민의 대표라고 거들먹 거리는 모습을 보면 분노를 넘어 절망감 마저든다.

이번 총선에는 정권심판이 테마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총선을 맞이하는 국민의 기저에 깔린 공통분모는 '국회에 대한 분노'다. 이 뿌리깊은 분노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쪽이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둘 것이다. 정의와 불의 사이에는 분노에 기반된 결과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들의 기본적인 출석 의무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잘못된 의정활동을 국민이 심판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도 성사시켜야 한다.

특정 형량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의원직이 박탈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형량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일삼는 분들을 멈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하일 칼라쉬니코프가 만든 돌격소총 AK-47은 현대무기 중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발명품으로 유명하다. 제조 비용이 낮고, 고장 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진흙 속에 묻어 두었다 꺼내도 발사되는 총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AK-47보다 더 치명적인 최고의 발명품이 있으니 바로 '빨간딱지'다. 이 딱지는 제조 비용이 없고, 고장 나는 경우는 없으며, 어떤 진흙탕 속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뿐 아니라 무게도 형태도 색깔도 모양도 없고 심지어 한 번 붙이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꾸준히 빨간딱지 붙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고문하고 투옥하고 삶을 말살하는데 이용되어 온 기가 막힌 발명품이다.

이 딱지를 여기저기 붙여 대는 사람들에게는 죄책감도 남지 않고, 죄책감이 없으니 뉘우침이란 없으며, 시대에 따라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해서 버전만 달라진 형태로 쓰여 왔다. 빨치산, 간첩, 빨갱이, 공산주의자, 좌빨, 종북, 좌파 등등.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누군가의 부모가 빨치산이나 고정간첩이라고 낙인 찍는 경우는 볼 수 없어졌다는 것이고, '빨갱이'라는 낙인은 사람이 학살당해도 괜찮은 이유였지만 요즘은 그런 단어를 쓰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코웃음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좌빨' 이라는 단어를 정치권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종북좌파 감독', '거의 좌파적 세계관이 불편한 이유', '좌파 허무주의의 극치', '좌파괴물', '그의 영화에서 빨갱이를 읽는다.'라는 비이성적 비난을 높은 문화의 힘으로 뛰어 넘은 감독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제 근거 없는 빨간딱지 붙이기는 그만두어야 할 구태다.

짜파구리 드셔 보셨는가, 좌파에게든 우파에게든 맛있다. 우리 문화의 높은 힘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데, 선거에서 빨갱이 좌파 공산주의자 대깨문 같은 몰이성적 딱지 붙이기에 몰두하는 부끄러운 우리가 되어야 하겠는가.

올 봄에는 국민의 분노를 달랠 수준 높은 정책들이 제시되고 저속한 딱지 붙이기로 표심을 움직이려는 모습을 부끄러워할 줄 알게 되어서 봄소식 같은 선거 결과를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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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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