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한화생명 업고 도약 채비

▲ 한화자산운용 김용영 대표(제공=한화자산운용)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국내주식형펀드가 운용사들의 핵심 투자상품이던 시절 빅3 운용사였던 미래에셋, 삼성, 한국투자의 균형이 무너지고 한화자산운용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화는 모회사인 한화생명 및 자회사인 한화투자증권과의 시너지를 통해 운용자산, 자기자본 등에서 빅3에 안착하고 글로벌 진출을 통해 그룹의 핵심인 한화생명의 경쟁력도 살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5100억 증자를 통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 한화생명이 주주배정 방식을 통해 51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를 마치게 되면 한화자산운용은 자기자본 규모가 전년 말 기준 1998억원에서 7098억원으로, 업계 4위에서 미래에셋에 이은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한투운용계열(6636억원)이나 삼성운용계열(6015억원)보다 커짐과 동시에 추격해 오던 KB운용(1926억원)과는 비교조차 어렵게 된다.

이번 증자의 의미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확대된 자본은 한화자산운용의 본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역량 강화, 디지털 기반 구축에 집중 투자돼, 아시아 정상급(Top-Tier)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데 디딤돌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그를 위한 전략으로 “대체투자(AI) 전문화 및 대표펀드 집중 육성, 미국∙중국∙싱가포르 등 해외법인의 사업범위와 역할 확장을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덧붙여 필요하면 경쟁력 있는 해외운용사를 인수합병(M&A)하고, 디지털 신사업 추진을 통해 기술주도(Tech-Driven) 기반 구축으로 미래 잠재고객 확보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한화그룹의 결정은 금융업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특히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지역에서의 가능성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운용시장은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온 미래에셋, 삼성생명 등 그룹 내 안정적으로 확보된 운용처(Captive Market)를 가진 삼성, 전통자산 운용에 강점을 가진 한국투자 등이 빅3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에 점차 한계가 다가오면서 해외시장 진출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고 미래에셋그룹의 성공에 경쟁 기업들이 고무된 상황이다. 특히 주식형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품의 성장으로 균형점을 찾고, 시스템운용을 하는 ETF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삼성은 ETF국내 강자로서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고, 미래에셋은 글로벌ETF운용사를 품에 넣으며 글로벌 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은 아리랑ETF시리즈로 빅3에 안착한 반면 한투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한 키움운용은 시장 확보의 기회를 놓쳤다.

한화자산운용은 2014년 기준 186명이던 임직원 수가 작년말 기준 375명에 이른다. 5년간 정확히 인력이 2배로 늘어났다. 한화의 성장에는 한화생명이 든든한 뒷배로 작용하고, 한화측도 이를 애써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운용수익률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 과거 확정 수익률로 제시된 보험료율을 맞추기 위해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하지만 운용상품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 비율을 맞추다 보면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다.

한화그룹도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운용 측 설명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자회사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저금리 금융환경으로 심화되고 있는 이차 역마진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장기 성장동력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유자산의 투자자본 비중을 연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이 3~4% 수준인 보험업에서 9~10%인 자산운용업으로 높이면, 보험업이 자산운용업의 높은 성장 모멘텀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관계자는 “우리가 늘 입에 올리는 버크셔헤서웨이도 기본적으로는 보험회사고, 가지고 있는 자금을 적극 운용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전략”이라며 “이미 그룹에서 태양광 비즈니스 등을 통해 중국 내 꽌시가 깊게 형성됐고, 미래에셋의 성공을 지켜보며 한화생명의 숙제도 해결하고 중국에서 투자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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