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유지와 배당확대 사이 고민

▲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선택한 대신증권 전경(제공=대신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전년 실적발표가 마무리되고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상장사들은 전년 실적을 감안해 주주들에 대한 배당 정책을 이사회를 거쳐 발표하고 있다. 증권주에 대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주주들의 관심을 끌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적극적인 배당실시를 통한 주주환원정책이 나오는가 하면 유보를 통해 성장의 밑거름으로 쓰려는 증권사도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의 단기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적극적인 배당을 실시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일 2019 회계연도 결산배당을 공시한 대신증권은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 2우B 1000원 등을 지급 결의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의 현금 배당은 올해로 22년 연속이다.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 승인으로 최종 확정되지만 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증권주 중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대신증권이지만 보통주 기준 한주당 1000원의 배당금은 직전 회계연도 620원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업지수가 연초 대비 15%이상 하락하는 등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보상 차원에서 배당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년 말 배당기준일 주가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8.1%, 우선주 11.1%, 2우B 11.4%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 대비 배당률이 더 높게 책정된다.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73.4%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수하게 이익으로 남은 돈의 4분의 3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송종원 대신증권 경영기획실장은 “금융투자업이 자기자본 투자 비즈니스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사내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난 해 보다 많은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배당금 증액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회사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기를 희망한다”며 “신임 오익근 대표가 향후 정기 주총에서 배당성향 등 미래 배당정책에 대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기획실장은 “대신증권은 일관되게 고배당 정책으로 주주친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며 “최근 회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에 대해 주주에 대한 위로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IR팀장은 “대신의 최근 실적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쟁 회사들이 IB부문을 통해 수익구조를 탈바꿈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주가란 본원가치에 수렴한다는 측면에서 유보금 확보를 통해 성장 동력을 키우는 부분과 주주친화정책 사이에 최적점이 어디인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과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배당금을 정한 한양증권은 보통주 350원, 종류주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2일 공시했다. 배당금총액은 46억4413만원, 시가배당율은 4.2%다.

IB사업 확대를 위한 사내유보에 무게를 둔 한양증권 전경(제공=한양증권)

한양증권 또한 전통적인 고배당주였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임재택 사장이 오기 전에는 배당성향이 약 70%에 이르는 회사였다. 하지만 2018년 3월 임대표 부임 이후 회사의 실적이 확대되면서 배당성향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배당규모가 작게 보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임대표 부임 첫해인 2018회계연도에 46억5400만뭔에 그쳤던 한양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실질적인임대표의 경영 성과가 반영된 전년 결산 결과 221억6100만원으로 커졌다. 책정된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보면 21%에 그친다. 주주 입장에선 체감상 3분의 1 이하로 축소됐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영향인지 한양증권은 공시 후 첫 거래일인 3일 증권업지수가 1.35% 상승한 가운데 전 거래일보다 10.12% 폭락한 7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신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4.78% 상승한 9870원을 종가로 신고했다.

한 대형증권사 강남지역 WM센터장은 “한양증권은 임재택 사장 부임 이후 IB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인 만큼 배당금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익이 늘어난 부분에 대한 주주와의 공유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며 “다만 리테일영업에 초점을 둔 회사가 아닌 만큼 벌어들인 자금을 유보시켜 눈덩이 효과(Snowballing Effect)를 통해 지렛대효과(Leverage Effect)를 누리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자금을 아껴뒀다 주가 부양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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