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공포심리 팽배

▲ 16일 한국 주식시장은 공매도 제한 조치와 미 연준의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무너져내렸다.(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정부가 지난 13일 장을 마치고 모든 상장주식에 대한 6개월간 공매도 제한이라는 강수를 두며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주말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급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음에도 한국 주식시장은 16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다시 뒷걸음질 쳤다.

16일 주식시장은 미국시장이 전 거래일 9%가 넘는 폭등을 기록하자 반등의 희망을 품고 개장 직후 소폭 상승했다. 코스피는 1805.43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92%까지 상승했고, 코스닥도 541.87까지 오르며 3.41% 상승해 정부의 공매도 제한 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이내 하락 반전했고, 오후 들어 낙폭을 더 키웠다. 코스닥 지수도 상대적으로 공매도 제한 효과를 더 볼 것이란 기대 속에 오전 장에서 선방했으나 오후 들어 코스피 지수와 함께 동반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3.19% 하락하며 1714.86까지 밀렸고, 코스닥도 3.72% 급락하며 504.51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01억, 3420억 매도하며 쌍끌이로 잡아내렸고, 개인이 이 물량을 주워담으며 9263억원 순매수했다.

앞서 1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주식시장 종료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당일 개최된 임시 금융위원회 논의 결과 6개월간 한시적으로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해 공매도 금지를 선언한 바 있다. 공매도가 외인과 기관들 위주로 이뤄지며 시장 하락에 베팅한 양 매수 세력이 지수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날 결정에 대해 한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은 “공매도 금지가 가질 수 있는 실질적 지수하락 저지 효과와 우리 시장의 개방성에 대한 대외 신인도 사이에 정부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쓰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발표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KB증권 김민규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숏커버링(공매도 후 주식 재매입)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많고 실제 공매도도 많이 이뤄지던 종목을 중심으로 숍커버링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됐던 지난 2008년과 2011년 사례를 통해, “2008년의 경우 하락장이라 주가가 반등하지 않았지만, 2011년의 경우 숏커버링과 함께 주가 반등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차잔고 비중 5% 이상 종목 중 최근 급락장에도 올해의 이익 추정치가 하향조정되지 않은 종목이 숏커버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공매도 제한 조치에 이어 미 연준도 15일(현지시간) 주말임에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100bp(1%포인트)나 인하하는 초강수를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또 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연준의 이번 기습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의 확산 우려와 주가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통화 당국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제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이미 한 차례의 긴급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긴급 금리인하를 정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제어하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재의 시점을 충분히 하락한 상황으로 보고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좀더 하락에 대비해야 하는지 여부다.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최근 한달간 2조원의 자금이 몰리며 투자자들이 과거 하락 후 반등했던 학습 효과를 상기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16일 최근 펀드자금의 흐름을 집계한 결과 지난 13일 기준 961개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최근 한달간 2조 2625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지수가 지속 하락하면서 현재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9.36%로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NH-아문디자산운용의 코리아2배 레버리지펀드의 수익률은 -34.31%로 최악의 상황이다. 하락장에서 2배로 베팅한 결과 2배로 나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새 4.8% 하향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조승빈, 김지윤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2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을 하는 코스피 기업의 1분기 실적전망 평균이 28조 2370억원이라며 1개월전 2월 12일 대비 4.8%, 지난 주보다는 1.5% 줄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텔과 레저 업종의 실적 전망 하향이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WM센터장은 “아직은 공매도 제한이나 금리 하향 같은 조치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구간”이라며 “무조건적인 공포심리도 옳진 않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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