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몰라 카드 아끼는 금융당국

▲ 공매도 금지와 금리 인하에도 외국인 매도세로 내려앉은 코스피 지수(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추가적인 악재가 나올 때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 기준금리 50bp 전격 인하 등 가용할 수 있는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앞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보단 튀어나올 악재가 더 많아 보인다.

17일 주식시장은 전일 미국시장의 폭락 여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또다시 미끌어졌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폭락해 한때 74.02포인트(-4.32%)까지 몰리며 1640.84로 시작해 등락을 거듭하다 1672.44(-2.47%)로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또다시 일 매도 1조를 넘기며 1조9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이 6005억, 기관이 3570억 매수에 가담했다.

전일 미국시장은 주요 지수가 12% 내외의 폭락을 보이며 일찌감치 17일 아시아시장의 난조를 예고했다.

16일 뉴욕 증시는 주말사이 전격 결정된 연준(FED)의 100bp금리 인하와 7000억 달러(우리돈 80조)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가 2997.10포인트(-12.93%) 떨어져 1987년 블랙먼데이 때 22.6% 폭락한 이후 최대 규모의 낙폭을 보였다.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11.98%, 12.32% 곤두박질 쳤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17일 보고서에서 미 연준, 일본은행,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조치를 공조했음에도 이번에는 시장에 먹히지 않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지난 1~2월 먼저 코로나19를 경험한 중국이 경제 부진을 시현한 가운데 미국과 유로전 경제도 순차적으로 부진해질 거라는 우려, 그리고 유동성 공급이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 악화를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1990년 초 이래 중국의 산업생산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며 “산업생산 감소폭도 시장 예상인 -3.0%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13.5%를 기록하고 소매판매도 시장 예상치 -5.0%를 초과해 -20.5%를 기록하는 등 중국경기 급랭이 미국과 유럽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유로존에서 코로나19의 빠른 진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정책적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은 “정부도 현 상황을 안정화시킬 추가 방안에 대해 고심이 많을 것이나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를 아낄 수 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안정화 방안은 증시안정펀드나 거래시간 축소, 주가 상하한폭 제한 정도겠지만 그 실효성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17일 내부 임원회의를 통해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금융 부문이 버팀목이 되도록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 불안이 진정될 때까지 원장 또는 수석부원장 주재 일일 점검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일 외국인이 던지는 주식을 받아내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고 있는 돈인 투자자 예탁금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31.38%(8조6442억원) 늘어난 36조 190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 1월 20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4191억원, 코스닥에서 2조2474억원 등 총 16조6555조원어치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동 기간 외국인은 13조177억원, 기관은 4조9336억원 상당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강남권에 근무하는 한 증권사 PB는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강력한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부동자금을 RP로 굴리며 투자처를 기다리던 대기수요들이 과거 학습효과를 믿고 자연스레 주식을 사들인 결과”라며 “분할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동기간 쉼 없이 하락했기 때문에 이 기간 매수에 참여한 개인들의 피해는 최소 15% 이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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