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대기업 연평균 1.34점씩 감소
299인 이하 기업 7.8% 급감
디지털 전환 대응 마이크로-러닝 등 필요

▲ 한국기술교육대학교(KOREATECH, 총장 이성기)가 직업훈련기관 등에 무상으로 보급한 기술·공학분야 가상훈련(Virtual Training) 콘텐츠 중 굴삭기 운전. 자료=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금융업과 대기업의 인적자원개발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교육도 집체훈련과 이러닝으로 진행돼 체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스킬업(Skill-Up)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스킬갭(Skill-Gap)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R과 VR를 활용한 교육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나영선)이 최근 발표한 THE HRD REVIEW 조사·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2009~2017년 총 3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적자원개발(HRD)을 주도해 왔던 금융업, 대기업 등에서 투자가 급감했다.

실제 HRD 투자는 30점 만점 기준 2009년 22.33점에서 2011년 21.91점(▼0.42), 2013년 21.40점(▼0.51), 2015년 21.10점(▼0.30), 2017년 20.99점(▼0.11)으로 연평균 1.34점씩 줄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HRD 투자를 많이 하던 금융업과 비금융서비스업의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HRD 투자 여력이 가장 큰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2017년도 점수는 59.46점으로, 이는 2009년 62.22점보다 2.78점(▼4.7%)이 하락했다. 300~999인 기업 역시 2015년 51.62점에서 2017년 50.27점으로 1.35점(▼2.6%) 하락했다. 299인 이하 기업은 더 줄어 2009년 44.75점에서 2017년 41.27점으로 3.48점(▼7.8%) 급감했다.

민주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미래에도, 지금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혁신역량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경영환경에서 뒤처지게 돼 상당수 기업들이 도태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업과 대기업의 인적자원개발 투자 급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디지털 환경이 변화하면서 모든 산업과 직무 간 급격한 스킬갭(Skill-Gap. 기술격차) 현상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맥킨지&컴퍼니가 1500명의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기술격차를 경험하고 있으며, 해소 방안으로 재교육(Reskilling)을 꼽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혁명적인 산업환경의 변화와 역행하기 때문으로, 환경변화에 적합하도록 교육훈련의 학습형태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인간이 하루 습득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대략 34GB에 불과한 만큼 작은 단위의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지훈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근로자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학습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인 몰입이 가능하려면 마이크로-러닝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며 "마이크로-러닝은 실시간 훈련에 따르는 비용부담이 적고 언제 어디서나 혼자하는 학습이 가능하며 속도조절도 가능해 핵심개념에 대한 학습성과 현업에 대한 적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러닝(Micro-Learning)은 5~7분 가량 분량에 1~2가지 개념으로 구성된 학습컨텐츠를 말한다. 학습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적용하기 쉽도록 구성된 조각 조각의 교육내용이다. 암기 위주가 아닌 체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도록 해 지속가능한 전달방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 및 HRD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화가 단순·반복의 하위 영역업무부터 상위 영역으로 이동하는 데다 과거 단순·반복 서비스가 패턴화된 서비스로 대체되는 등 기술 발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화와 인력구조 개편에 맞도록 인재영입, 프리랜서 활용(긱경제), 인재육성, 로보틱스와 AI 등 봇의 활용이 적절히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몰입을 통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업교육에서 VR, AR, 게임러닝,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월마트는 블랙 프라이데이 체험과 고객 응대 방법, 클레임 대응 방법 등 서비스 교육에 14만 명이 200개 강의장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등 VR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맥도날드도 360 VR을 활용한 맥도날드 매장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원거리에 있는 학습자들에게 선진 매장을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360 VR과 함께 교육용 Materials가 함께 등장해 현장 체험 및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게임러닝을 도입해 업무적응 만족도 85%, 주문당 시간 7.9초 단축, 지점당 매출 15% 증가 등 효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아산병원과 휴넷은 AMC 기초 직무과정 중 병원 화재 시 진압 및 대피 요령에 대한 VR을 개발·적용했고, 인공지능 대화형 로봇을 생산하는 아카스터디 뮤지오는 영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교사를 개발·런칭했다.

VISA카드는 Data 기반의 학습과 조직역량 향상을 이루기 위해 Learninr Fitness라는 컨셉을 도출, xAPI(Experience API. 경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조직 내 학습 트랙킹과 획득한 데이터 기반으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학습 경험 분석을 진행하는 어댑티브 러닝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VR체험 연계 재해사례로 배우는 포스코 10대 안전철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집체훈련과 이러닝으로 감전, 질식 등 중대재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할 수 없는 만큼 3D·4D 영상을 통해 이러닝과 가상체험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진구 한국기술교육대 HRD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학습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할 수 있는 즉시성, 즉각성 학습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직업훈련이 직무 수행상 최소 능력만을 갖추는데 국한하지 말고 개인별로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한양사이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새로운 형태의 교육훈련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교육기관의 다양한 운영사례를 발굴해 효과성을 검증하고 기존 정부지원 사업의 심사제도 역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재환 유비온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술의 역량차이가 커져서 교육활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교육훈련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 제도적 상황은 역설적"이라며 "주 52시간 제도의 경우 월 20시간 원격훈련 시간만큼은 노동시간 산정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점, 개인학습 지원 체계에 있어서 대기업 재직자 내일배움카드의 연령 제한도 폐지돼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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