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국회의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급증한 원인을 정확히 꿰고 있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임대주택의 과도한 공급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2003년부터 진행된 국민임대 100만가구 건설과 세종시, 혁신도시 등 대형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LH가 빚에 찌들게 됐다는 얘기다.

야당 의원들의 시각은 이렇다. 옛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무리한 추진으로 빚이 천문학적으로 늘게 됐다고 본다. 신도시 조성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세운 다음 차근차근 해도 될 것을 공기업 선진화에 따른 ‘보여주기식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앞뒤 안가리고 밀어붙이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지적은 모두 맞다. 투자소요시간에 비해 자금회수 기간이 늦은 임대주택을 너무 많이 지은 것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와 혁신도시 조성임무를 부여받아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부은 것도, 방만한 경영에다 경쟁적으로 사업을 펼치던 토공과 주공을 충분한 사전작업 없이 통합을 강행한 것도 'LH 사태'를 야기시킨 요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LH의 병인(病因)을 정확히 진단한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진단을 했으니 처방전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놓고도 '당신들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됐다'는 식의 정쟁을 벌이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에 불과하다. 책임소재 유무를 놓고 서로 삿대질만 하며 허송세월만 보내다간 LH의 부채가 오는 2014년이면 20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LH에 당장 시급한 것은 '현금'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시발점은 방만한 경영으로 그간 배를 불려온 LH의 자구노력이다. 비록 현재 시장 침체기여서 자산매각이 쉽지 않겠지만 꾸준하고 다각적이며 파격적인 세일즈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자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다. LH의 자구노력만으로 100조가 넘는 부채를 갚기엔 역부족이다. '긴급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세금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억제시켜 LH의 자활을 돕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책사업에 따른 더이상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

LH의 상급기관인 국토해양부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아낌없는 재정지원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을 목표로 정책을 수립해 산하 공기업에 사업추진을 맡긴 국토부가 빚더미에 깔려 허우적대는 LH를 남의 일인양 수수방관하는 것은 상급기관의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