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11·2019년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분석
한국 제조 대기업, 글로벌 기업 比 영업이익률·시총 못 미쳐

▲ 한국·세계 업종별 영업이익률. 자료=한국경제연구원(Forbes Global 2000(2019))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국내 6대 제조업종의 수익성이 글로벌 기업의 반토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이 진출한 57개 업종 중 한국은 그 절반이 안 되는 23개에만 뛰어들었을 정도로 사업적 다양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동종업계 글로벌 기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19년 포브스 글로벌(Forbes Global) 2000대 기업 분석'을 통해 한국 주요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업종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글로벌 대기업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포브스 2000에 포함된 국내기업 업종 23개 중 업종별 영업이익률(총 매출액 대비 총 영업이익)이 해외기업 평균보다 높은 업종은 ▲광업 및 비철금속 ▲제약·바이오 ▲종합 및 전문 금융서비스 ▲화장품·생활용품 등 4개에 불과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전자제품·조선·철강·화학 등 국내 6대 대표 제조업종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5.4%로, 같은 업종 해외기업 영업이익률(9.4%)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유틸리티(-0.9%) ▲백화점·할인마트(-0.8%) ▲항공서비스(-1.5%) 업종에서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양(+)의 영업이익을 낸 해외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신산업 진출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브스 2000의 총 57개 업종 중 국내 기업이 포함된 업종 23개는 전체의 40%에 불과했으며 미국(55개)·일본(45개)·중국(43개)의 절반 수준으로 업종 다양성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과 비교해보면 국내 주요기업의 활동 반경이 약 8년간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2019년 포브스 2000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는 총 62개사로 2011년(61개사) 대비 1개사가 늘어났고 업종수는 2011년(23개) 당시 그대로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먹거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2011년 대비 IT·항공우주·의료 등 8대 신성장 업종에서 포브스 2000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들 중 우리 기업이 포함된 업종은 ▲인터넷 서비스(삼성SDS·네이버)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약·바이오(셀트리온) 등 3개 업종 5개사뿐이었다.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또한 글로벌 기업에 크게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포브스 2000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 수는(62개사)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지만 시가총액 합계는 8579억달러로 12위에 그쳐 우리나라 기업의 절대 규모는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57개사·시총 1조8000억달러)나 독일(53개사·시총 1조5000억달러)등 주요국에 비해 포브스 2000에 이름을 올린 기업 수는 많지만 시가총액 규모는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동종 업계 세계 1위 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게 작았다. 2019년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2724억달러)의 시가총액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9613억달러)의 28.3%, 자동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312억달러)의 시가총액도 글로벌 최대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1766억달러)의 17.7% 수준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주력 제조업의 수익성이 낮고 신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지 못해 세계무대에서 뒤처져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쳐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개혁에 나서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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