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 큰 집의 존재감은 포근함과 안도감이다. 큰 형 큰 집은 가려울 때 비빌 언덕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 지구라는 공동체에는 세기를 달리하는 동안 큰 형 큰 집 같은 나라가 있었다. 지금의 미국과 중국처럼 세계 질서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버팀목이었다.

그 큰 형과 큰 집이 흔들릴 때마다 세계 질서는 재편됐다. 우리는 지금 그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큰 형과 큰 집의 존재감을 잃고 있다. 아니 저 정도였어 하는 실망감을 떨칠 수가 없다.

미국 이야기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6만3천 달러 규모로 우리나라보다 2배나 많다.

그런 미국이 동북아시아 전략을 담당하는 한국에 대해 적반하장격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1일부터 주한미군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무급휴직시켰다. 9천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볼모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한 가지 묻고 싶다. 한국보다 미국을 위해 헌신해온 국가가 있었는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주한미군이 필요할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재래식 위협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재래식 전력이 우리 군에 비하면 그다지 비경쟁적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유일한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핵 위협도 자칫 했다간 북한 정권 자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협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또한 우리 자체 기술로 얼마든지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존재는 누구를 위해 주둔하는지 답이 나온다. 전후 세계 질서의 큰 형 큰 집 역할을 하도록 그 동북아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그런 한국에 미국의 요구는 안하무인 격으로 갈수록 그 선을 넘어서고 있다.

협상 중임에도, 마치 협상을 합의한 것처럼 흘리는 북치고 장구 치는 형국이다. 우린 그런 모습의 큰 형과 큰 집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누리는 제국의 힘은 겸손과 관용 그리고 포용에서 나왔다. 윽박지르고 협박에 가까운 협상 전략은 냉전 시대의 협상술이었다.

한국은 군사력 면에서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무기를 자체 기술로 무장한 몇 안 되는 국가다.

미국만 아니라면 핵무기쯤은 6개월 이내에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외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은 자주국방을 겸비한 나라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북한의 핵 카드는 협상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국이 북한의 핵 카드를 빌미 삼아 한국을 미·중 패권경쟁에 끌어들이고 더 나아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자신들의 전략자산 관련 비용은 미·중 패권경쟁에 드는 비용까지 한국이 감당하라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어느 편도 아닌 상호교류와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나라이다. 큰 형과 큰 집으로 대접받으려면 형답게 처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주한 미군을 위해 9천여 명의 한국인들의 밥을 굶기는 미국의 처사는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시간일 수 있다.

매년 수억 달러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가 없다면 철군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우린 미군 없이도 우리 스스로 자주국방을 갖춘 나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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