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투자를 할 땐 각주구검(刻舟求劍)을 경계해야합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CEO는 자신이 가진 투자원칙을 설명하다 말고 갑자기 사자성어를 꺼내들어 기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이렇다.

주식 투자자들은 보통 자기가 관심을 갖게 되는 종목이 과거 얼마를 기록했는데, 현재 이만큼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조심하라는 뜻이다.

‘각주주검’이란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해 뒀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하는 것을 칭한다. 판단력과 융통성이 부족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태도를 꾸짖는 고사성어다.

이미 투자 환경도, 투자한 회사의 산업현황과 경쟁상황, 이익 등도 모두 달라졌는데 과거에 이런 평가를 받았으니 주가가 다시 그 위치로 회귀할 것이라고 믿는 건 강물을 따라 한참 내려와서 표시해 둔 자리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을 하고싶었던 것 같다.

한국거래소는 19일, 지난 15일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해외 주요시장의 투자지표를 비교 발표했다.

비교지표로는 주가가 기업 실적 대비 적정한가를 따지는 ‘주가수익비율(PER)’ 과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 대비 적정한가를 따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보조지표로 투자자들이 투자매력도의 기준 중 하나로 삼는 배당수익률이 제시됐다.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평균 PER은 전년 10.8배에서 현재 18.6배로 크게 상승했다. 다만 분모인 시가총액이 커진 것이 아니라 분자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순이익이 쪼그라들어 PER이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전년 5월 15일 기준 1387조원인데 반해 올해 5월 15일엔 약 6.2% 감소한 약 1301조원으로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이익 규모는 2018년 한해 약 122조원에서 2019년 66조원으로 절반 가까운 약 45.9% 급락했다.

시가총액을 기업의 자본 총계로 나눈 PBR은 전년 0.9배에서 현재 0.8배로 감소했다. 분자인 시가총액이 소폭 감소하는 동안, 분모인 자본총계가 18년말 1485조원에서 19년말 1574조원으로 약 6.0%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시장에서 배당총액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평균배당수익률은 전년 2.1%에서 올해 2.3%로 소폭 올랐다. 역시 분모인 시가총액이 소폭 줄어드는 동안 분자인 배당총액은 18년말 기준 28.5조원에서 19년말 28.1조원으로 약 1.4% 감소한 결과다.

요약하면, 주가는 그대로인데 기업들의 이익이 나빠져 상대적으로 주가가 고평가 됐고, 투자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기업들은 배당을 축소하지 못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거래소는 코스피200의 PER과 PBR은 각각 16.6배와 0.8배로 선진국 PER과 PBR이 19.1배와 2.2배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할 때 여전히 낮으며, 국내시장의 배당수익률은 2.4%로 미국(2.1%), 일본(2.7%), 중국(2.1%)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21일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 고지를 밟았다. 지난 3월 9일 2000선 밑으로 내려온 것을 시작으로 약 두달 반 만에, 거래일수로는 50일만의 2000 귀환이다. 연초 코스피가 2277을 기록했던 것을 상기하면 아직도 오를 산이 더 남았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때 표시해둔 자리는 뱃전에는 남아 있을지 몰라도 코로나19라는 강물을 타고 멀리 이동해 왔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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