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다. 중복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때문이었다.

20여 년 전인 1998년 어처구니없는 외환 고갈 사태 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IMF는 그야말로 죄인의 목줄을 위협하는 칼잡이처럼 은행 기업 등에 무차별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할 상황이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IMF 요구에 따라야만 했다.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에 감동한 주요국들의 지지에 힘입어 넘겼지만,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또다시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 여파로 수주절벽에 부딪혀 건설 조선 등 중복 과잉에 빠진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적인 대유행(펜데믹)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절벽사태를 맞고 있다. 바다와 하늘길이 막힌 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항공 여행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모든 가정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쏟아부어 식음료부터 생필품까지 최소한의 소비만이라도 독려했겠는가.

지난 1월20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처음 나타난 이후 정부가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투입한 예산 규모는 250조 원이고 조만간 3차 추가 경쟁예산(추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시각은 추경을 통해 코로나 19가 진정 기미를 보일 때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고용유지와 기업 살리기에 최전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전시 재정전략'을 운용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확장재정이 경제위기에 대한 치료제이자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백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과 세계가 코로나 19의 백신과 치료제를 언제 내놓을 수 있는지 불투명한 가운데 그사이 경제라도 살리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 41% 수준이고 3차 추경까지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라 3차 추경을 한다 해도 국가채무비율이 45% 수준으로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도 3차 추경을 서두르겠다는 논리다.

넋 놓고 고용 대란과 기업 파산을 지켜보기보다 공격적으로 기업을 살리기 위해 확장재정으로 마중물을 넘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산업구조 전략도 확장재정 속에 묻어나게 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이번 코로나 19에서 보여줬듯이 산업 생태계가 원격 교육,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산업이 가능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

위기 시에 위기를 유발한 공급과잉 요인을 산업구조 개편으로 선순환시키는데 확장재정이 백신과 치료제 역할을 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청년 실업에다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만큼 청년 실업 해소와 초고령화에 걸맞은 산업구조 개편을 하는 미래산업 발굴에 확장재정이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30년 사이 10년 주기로 각기 다른 이유로 엄습하는 경제위기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위기 때 단기처방과 함께 장기대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장기대책이 10년을 넘어 100년 정도의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그런 산업구조 개편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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