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데 규제까지 첩첩

▲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미래에셋 계열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는 공정회 정진욱 기업집단국장(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다수 금융투자회사가 1분기 실적 악화를 기록한 가운데 대표 회사들마저 먹거리 찾기보단 어깨에 짊어진 리스크관리와 규제로 시달리고 있다. 수익 부진에 역할 무용론이 나오는 사업부서 임직원은 자리 보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진욱 기업집단국장은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기업집단 ‘미래에셋’의 계열사들이 골프장 ‘블루마운틴 CC’와 ‘포시즌호텔’을 운영하는 비상장기업 미래에셋컨설팅과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대규모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3.9억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로 오너인 박현주 회장과 일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에 이르는 회사다. 공정위는 이 회사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2년여 기간동안 계열사들과 약 430억원의 내부거래를 통해 신규 설립한 골프장과 호텔이 빠른 시간내에 자리를 잡는데 도움을 준 것을 문제로 지적됐다.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 관계사 11곳과 미래에셋컨설팅, 박현주 회장 등에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과징금 100만원이 넘는 9개사에게 과징금 43.9억원이 분산 부과됐다. 다만 박현주 회장이 직접 계열사들에 사용을 지시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박회장 개인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중 상당한 규모에 의한 지원행위(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를 단독으로 적용한 최초 사례로서, 법 집행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연시 돼왔던 기업집단의 계열사 시설물 이용을 통한 직간접적인 지원에 철퇴를 내려 다른 집단에도 동일 잣대를 들이댈 근거를 만든 사례로 남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부터 미래에셋을 ‘최악의 지배구조회사’라고 비판하며 별러왔던 것을 감안할 때 검찰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해 글로벌IB로 도약하는 1등 회사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않은 것에 안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정국으로 금투업계가 어려운 이때 꼭 그 표본을 미래에셋으로 삼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대표는 “미래에셋이 처음부터 대기업 집단이었던 것이 아니라 20년 전에는 불과 수십명이 모여 만든 회사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문제삼은 내용을 기존의 대기업 집단에 동일 잣대를 들이댈 경우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기자본 10조에 육박하며 이제 막 세계무대에 등판한 대표선수에게 이런 식의 망신주기가 꼭 필요한 시점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향후 컴플라이언스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 시행하고 사회적 책임과 가치에 이바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압도적인 자본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당 이슈로 말미암아 발행어음사업자로 나서지 못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영위하는 발행어음 비즈니스 진입이 지체돼 자본 효율성 제고가 어려웠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1분기 견조한 수익을 이어갔던 메리츠증권은 핵심 사업인 부동산금융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5일 2000억원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그림자금융의 폐해를 막겠다며 전년 말 부동산PF 규제 강화로 증권사의 PF채무보증을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하면서 이 시장의 대표주자인 메리츠증권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시장에서도 메리츠증권의 유증에 대해 시의적절한 선택이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자 결정 후 삼성증권 장효선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유증규모가 전체 발행 주식수의 10분의 1 미만이고, 성장기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증자 이후의 효율적 자본 활용을 통해 ROE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었음을 부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자가 향후 투자를 위한 합리적인 재원 마련으로 인식될 경우 주가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며 “자칫 자금경색 등으로 비춰질 위험에서 벗어나 시장과 잘 소통하여 비전을 제시한 좋은 예”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융투자회사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시장의 신뢰를 잃기 쉬운 이때 대표 회사들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일부 회사의 IB나 리서치 직원들이 역할 부재론에 자리 지키기도 힘든 지금의 상황이 빨리 호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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