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한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우선 유감스럽다. 남북은 누구를 위해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존재해왔다. 남한과 북한은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남긴 깊고 깊은 상처라는 것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이념의 찌꺼기가 남과 북이다.

2차 세계대전의 상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공합작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장개석 국민당 정부는 마오 주석의 공산당과 항일 전선에서는 함께 했지만 부패한 국민당은 대만으로 후퇴해서 지금은 남남이 된 분단국가였듯이 남과 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구 탓이 아닌 우리가 못나서 힘이 없어서 빚어진 분단의 세월이 벌써 75년째다. 항일 투쟁 전선에서 함께 했던 우리가 동서진영의 이념의 앞잡이가 돼 동족상잔도 서슴지 않은 부끄러운 현대사를 우리는 써가고 있다.

누구를 위한 길인가 다시 묻고 싶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남북 간 모든 통신 채널을 폐기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그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남한은 북에서 탈북하고 망명한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되는 별천지 같은 세상을 가꾸고 있다. 쇄국의 아픈 상처는 일본 제국의 희생양이라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일찍이 경험한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래 제국을 북한이 꿈꾼다면 관용과 포용의 큰 틀에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합의에 따라 북한군 정예군단을 후방으로 후퇴시키고 그 자리에 남북 번영을 위한 개성공단을 조성한 통 큰 결단을 기억하고 있다. 그 통 큰 결단은 남북 간 도로와 철도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시점에 모든 남북채널을 폐기하겠다는 통보는 선대의 뜻에 맞지 않다고 본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은 조치로 보이지만 이 역시 누구를 위한 일인지 직시하기 바란다.

대북 전단을 노골적으로 기획하는 자들이 누구겠는가? 남과 북이 잘되기를 바라는 자들이겠는가.

선전 선동술에 일희일비하는 대남정책은 스스로 백해무익할 뿐이다. 수많은 전란과 내전의 아픈 역사를 남북은 어떤 형태로든 상생을 통한 치유를 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

누구도 민족을 대신할 순 없다. 그 대의에 남북이 보란 듯이 공존을 위한 길을 열어가야 할 때이다.

다양성과 획일성이 공존하는 한반도이지만 그 한반도에 소통은 356일 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공존의 길을 열 수 있다.

직통통신 연락선을 끊어도 우리는 비대면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하지만 사람은 만나서 서로 눈을 보고 손을 잡고 소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실은 우리는 급할 게 없다. 천천히 가면 되기 때문이다. 거창한 통일의 길은 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당국에 당부하고 싶다. 누구를 위해 남북 소통의 채널을 끊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민족을 대신할 수 없는 이념과 사상은 서로에게 악취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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