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망한 사업은 없다. 코로나 시대인 지금 잘 되는 사업이 있을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 혹은 망하는 분야와 흥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다. 또한 미래에 유망하지 않은 기술, 분야는 없다.

틀림없이 유망하지만 사회에서 유망하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망의 사전적 의미는 퇴색된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업분야가 '유망하다'는 말은 1. 수년 이내 미래에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2. 종사자들의 고임금이 보장된다. 3. 사실은 현재에도 짭짤한 수익이 일어나고 있다. 는 복합적인 기대치가 높은 분야를 의미한다.

학부 4학년이 된 학생들은 1학기가 끝나가는 이맘때쯤,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의 문제를 들고 상담을 요청한다.

생면부지의 다른 과 학생의 방문에도 두 시간 반, 신나게 대화를 나눠 주셨던 물리학과 김정흠 교수님과 '자네가 클라이언트고 나는 서비스 제공자 아닌가?
자네 일이 먼저지' 항상 시간을 내주시던 이덕열 교수님을 떠올리면서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하게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유망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차전지나 바이오 분야부터 소재가 근간인 전공에서 거리가 있는 IT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다.

그런 학생들에게 '내가 다이아몬드 합성 실험을 시작한 것이 1992년인데 계속 그 분야에 머문 지28년이 지난 최근에 들어서야 정신없이 여기저기서 콜을 받는 유망한 분야가 되었단다' 라고 말해 줄 자신이 없다.

나름대로 유망한 분야를 찾아 나섰던 재료공학 전공 동기들의 현재를 보면 가장 친한 연구실 단짝 친구는 무역회사를 하고 있고, 유리를 전공으로 했던 친구는 배터리 분야에 있으며, IT회사를 경영하거나 지금 애플사에 있는 친구도 있다.

일찌감치 요식업에 뛰어들어 여러 식당을 소유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부러움을 사는 친구도 있다.

고온 초전도체는 유망했기 때문에 전국 정부출연 연구소와 대학의 소재관련 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화학공학과 마다 모두 수백 개의 초전도체 이름을 내 건 연구실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초전도 관련 연구실이 없어진 이후 다섯 손가락 남짓한 수의 대학 연구실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현재 남은 소수의 연구실은 유망하지 않은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조 원을 초전도체 분야에 쏟아 넣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초전도체 응용 기술은 아직도 극히 유망하다.

개인적으로 정말 유망한 분야가 무엇인지 하나만 고르라는 부탁을 듣는다면 '핵융합 발전이다'라고 하겠다.

핵융합 발전이 되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고민하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고 석유는 연료가 아닌 고분자 물질의 원재료로만 각광받게 될 것이다.

환경오염이나 지구온난화 관련 문제들도 해결된다. 극도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회가 되면서도 인류는 1년에 물 몇 백 톤으로 그 호화로움을 감당하며 살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산업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산업전략에 대한 발표를 보면 보건·환경/경제활동/기업경영/사회가치/교역환경의 5대 분야 변화에 대해 K방역, K바이오 글로벌 상품화 / 산업현장 대응력 강화 / 청정 생산기지 구축 / 비대면 산업 육성 / 산업구조의 친환경 전환 / 기업활력 촉진 + 사업재편 활성화 / 기업간 연대 및 협력 / 글로벌 협력 리더십의 8대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모두 상기 1, 2, 3 조건에 맞는 유망한 사업분야인 것이다.

갑작스럽게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4차 산업 분야에 해당 관련 사업들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비대면 SNS 문화는 오히려 대면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회에서 생겨났다.

비대면 사회의 비대면 교육과 비대면 비즈니스가 늘어나면서 더욱 소중해지는 대면 사회관계, 대면 인간관계를 값싸고 안전하게 누리게 하는 데 대한 사업기회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던 사람 만나는 일과 그렇게 생겨났던 친밀한 관계가 온라인 수업을 받고 원격 근무를 하는 세상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예전에 몸담았던 소형 가전회사의 회장님이 새로 개발한 제품을 들고 찾아오셨다. 회사는 외부세력에 흑자부도를 맞고 해가 넘도록 지속되는 억울한 법정 싸움을 변호사 없이 견디시던 와중에도 자신이 꿈꾸던 제품 하나를 완성해서 패키징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된 물건을 만드셨다.

자랑하실 만한 이유는 자신의 기술을 신뢰하고 그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 주는 희망의 끈을 홀로 끝까지 놓지 않으신 데 있다. 이런 희망의 끈 잡고 버티기의 단 한가지 필요충분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진정한 실현 가능성'이다.

'영구기관'처럼 실현 가능하지 않은 상상에 희망의 끈을 매달고 버티는 분들이 있는데,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치는 경우를 보지 못하였고, 주변 사람들의 시간과 물질을 소모하며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를 보았다.

솔직해야 살아남는다. 정말 솔직해야 버틸 수 있고, 정말 솔직해야 변화된 코로나 시대에는 전혀 쓰이지 않을 기술이라고 인정하고 놓을 수 있다.

어떤 산업이 사람들이 말하는 유망 사업이 될 때까지 그 분야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전적으로 대표들의 몫이다.

지금 대박을 맞는다는 바이오 원천 기술 관련 회사들을 보면 옆에서 보기에도 정말 힘들게 버티던 대표와 임직원들이 있었다.

심지어 하이텍도 아니고 원자재도 외부 의존이 심하고 마진도 박해서 각광받지 못하던 마스크 제조업체들도 힘겨운 시간을 버텨와서 우리나라의 청정생산기지화 정책 구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코로나 시대가 왔고,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여야 비로소 포스트 코로나라고 불리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붙잡고 놓지 않을 가치를 발견한 분야가 유망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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