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그룹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84%나 차지하면서도 국민 일자리인 고용 부분에서는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지난해 64대 대기업 집단의 매출, 순이익,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이다. 매출 대비 고용 역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실질적인 분석결과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사 대상이 된 64개 그룹 직원 수는 158만 명으로 국내 전체 고용 인원 1천386만 명(12월 고용보험 가입 기준)의 11% 수준으로 64개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는 기업이 고용의 약 90%를 차지하는 셈이다. 64개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90%의 고용을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대 그룹 계열사 총 2천284곳이 올린 매출은 1천617조 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1천919조 원)의 84.3%에 달할 만큼 대기업 집단의 매출구조는 압도적이었지만 고용을 담당하는 비중은 11%에 그쳤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매출 규모는 GDP의 15% 선이지만 고용은 90%를 떠안고 있다는 수치여서 정책당국자들이 고용정책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대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무한 애정을 쏟아냈지만, 이들 대기업이 사회 안정판 역할을 하는 고용 부분에 고작 11% 선만 부담했다는 것은 짝사랑이 아닌 구걸에 가깝다.

정부가 나서서 지급보증을 해주고 국책은행들이 무한 자금을 투입해서 성장시킨 대기업 집단이 현금성 자산은 쌓아놓고도 고용 창출에는 인색했다는 분석으로 평가할만하다.

국내 대기업 집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매출에 비해 낮은 고용을 어떻게 풀어낼지를 정책당국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64개 그룹 전체 매출 중 삼성그룹의 매출(314조 원) 비중이 19.4%, 현대차(185조 원) 11.5%, SK(161조 원) 10% 순으로 매출 영향력이 높았다. 64대 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조 원이고, 이중 삼성의 순익이 19조 원으로 34.3%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 대기업 집단이 고용한 158만 명 중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고용 인원이 26만 명으로 64개 그룹 고용 중 16.5%, 현대차 16만 명(10.5%), LG 15만 명(9.7%), SK 11만 명(7.0%) 순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국내 GDP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고용은 쥐꼬리만큼만 담당해오고 있는 셈이다. 툭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면서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정부의 손길은 외면하는 모양새이다.
대기업 집단은 고용 창출 방안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간접고용 효과 등 의지만 있다면 현재보다 고용 비중을 더 높일 수 있다. 저가 입찰 등 조달정책만 바꿔도 중소기업들이 더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올해 예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백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해서 경기 절벽을 막아보자 하는 대부분이 대기업 살리기에 투입되고 있다. 그 투입의 몫은 대기업만이 아닌 추가 고용하는 몫도 돼야 한다.

코로나 19로 지금까지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공·민간·민자 100조 원 투자 프로젝트까지 내놓은 정부의 투자프로그램이 대기업만 수혜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은 국민을 위한 정책 집행으로 그 결과로 답해야 한다. 대기업 집단의 고용 분담을 더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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