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취재영역은 4차산업혁명 분야다. 요즘 핫한 핀테크, 테크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드론 등 어림잡아 30여 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중 인공지능은 다시 인지컴퓨팅, 기계학습, 딥러닝, 지능엔진 등 10여 개 분야로 나뉜다. 인지컴퓨팅의 경우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인간-인공지능 협업 시스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등 30여 개 분야로 세분류된다. 이 영역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IBM, GE 등 다국적기업을 비롯 KT,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중이다. 평범한 시민의 삶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

트로트(trot)가 대세다. 일명 '뽕짝'. 한가한 주말, 쇼파에 누워 TV채널을 돌리다보면 한 채널 건너 하나씩 트로트 경연이다. 트로트의 사전적 의미는 '쿵짝쿵짝'하는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演歌)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해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주는, 대중가요의 하나다.

김문성 국악평론가의 기고글을 읽어보니, 트로트의 탄생과 관련 크게 두 가지의 설이 있다. 먼저 2박자 계통인 트로트를 양풍으로 반주할 때 '쿵짝 쿵짝' 하는 소리가 마치 '뽕짝 뽕짝'처럼 들려, 이를 뽕짝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일본(本/뽕·일본 지칭)+작(作·노래)처럼 '일본 것'이라는 의미로 낮춰 부른 것이라는 설이다. 이론가 박용구는 '일본+짝(덩이, 짐짝, 게다짝)'처럼 일본의 유행가를 비꼰 것으로 본단다.

지난 주말, 영혼없이 TV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송가인'의 노래를 들었다. 판소리를 전공한 정통트로트 가수라는데, 요즘 대세라고 한다.

4차산업혁명 분야를 맡고 있는 입장이라, 트로트 열풍이 의아스럽다. 책장에서 사전을 꺼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4차산업혁명과 트로트. 사전을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정리가 됐다. 공통점은 '빠르다'는 것.

trot은 '빨리 걷다', '말(馬)을 속보로 (가게 하며) 타다', '총총걸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에 따르면 1920년대 말 트로트는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열강의 진출로 대한제국은 급변하는 정세의 중심에 서게 됐고, 국민의 불안은 만만치 않았을 터.

또하나. trot이라는 단어는 '말(馬)'과 관련이 있다. 격변기의 한복판에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말을 탄 사람과, 그 말을 끌고 가는 마부(馬夫). 갈 길 급한 말 탄 사람은 모르는, 마부의 고통. 끌고가는 것인지 끌려가는 것인지. '따각 따각'하는 빠른 말발굽소리를 들으며 마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엇으로 위로를 받았을까. 4차산업혁명 시대에 유행중인 트로트가 오버랩된다. 

4차산업혁명으로 미래사회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 촉급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시민들.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지, 끌려가는지 모르는 삶. 위로가 필요한 시민들은 트로트(trot)로 달래는 것은 아닌지.

아참, 김문성 국악평론가는 가급적 '뽕짝'이라는 속된 말 대신 '트로트' 혹은 '유행가'를 쓰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하나 더. 송가인, 나를 울린다. 빠른 세상에 끌려가면서 위로가 필요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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