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지주 CEO, 교수, 국회의원, 상품본부장 등

▲ 지난 3월 종근당홀딩스 대표로 옯겨 활약중인 황상연 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종근당홀딩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증권사에서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서 정점에 오른 리서치센터장들이 자리를 떠난 후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 내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로 옮겨 분석역량을 활용하는가 하면 자신이 담당해온 분야 회사로 옮겨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사례도 있다. 일부는 공부가 전공이 사람들 답게 학교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양성하며 여의도와의 인연을 이어가기도 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증권업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들이 SNS나 유튜브 등 베일을 벗고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과거 기관투자자만 접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의 세계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종근당홀딩스는 신임 대표로 황상연 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선임을 알렸다.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95년 LG화학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창투사를 거쳐 증권업에 진출해 제약과 화학분야 베스트애널로 이름을 날리다 2008년 당시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에 등극한다. 당시 나이 38세의 파격 인사였다.

보통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산업을 대표하면서 글로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섹터, 혹은 투자전략분야 베스트애널이 차지했던 자리에 30대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이 센터장에 올랐다는 것에 업계가 주목했다. 바이오산업 성장의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학전공자로서 유가의 흐름을 잘 내다본다는 점도 강점으로 대두됐다.

센터장을 거친 이후 리서치와 긴밀한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2013년까지 증권사에서 일한 그는 소위 셀(Sell)사이드인 증권사를 떠나 바이(Buy)사이드인 알리안츠로 자리를 옮겼다. 주식운용본부장으로 2017년까지 일하다 종근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미국에서 스타트업 투자와 엠디뮨이라는 바이오벤처에서 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하기도 했다.

종근당홀딩스는 지난 2013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며 출범한 회사로 신사업 개발과 신규투자를 통해 관계사들의 가치 극대화를 돕는 자문역할을 수행한다. 전공자이자 베스트애널로서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펀드매니저이자 투자자, 펀딩 업무까지 해봤던 그에게 걸맞은 자리다.

그는 CEO를 맡자 마자 이달 초 람다256에 투자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종근당의 새로운 고객보상 프로그램 구상에 들어가는가 하면, 앞선 5월엔 충남 당진에 국내 최대 유산균 전용 분말생산라인을 갖춘 대규모 스마트공장 착공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을 리서치 강자로 끌어올린 이준재 전 센터장은 회사내 법인영업과 마케팅 부문에서 리서치 능력을 활용해 활약하고 있다.

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니아 주립대 MBA 출신으로, LG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을 거친 그는 은행과 카드 등을 분석하며 금융업종 베스트애널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리서치 현역 시절 2003년 카드채 사태를 미리 예언한 걸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2010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에 등극한 그는 유틸리티와 항공 담당 베스트애널인 윤희도 센터장에게 2017년 자리를 넘겨주며 법인본부장을 맡았고, 2018년 전무로 승진 후 2019년부터 투자상품본부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 업계 금융상품본부장은 “이준재 본부장이 상품기획을 맡은 이후 단조로운 전통적 상품구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투자 분야에서 시의성있는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며 “최근 다양한 섹터와 지역을 타겟으로 한 랩상품을 내놓는 것도 이본부장의 리서치 능력에 기반한 적극적인 제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본업인 ‘공부’로 경력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변신한 김영익 전 센터장은 대신증권 센터장과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리서치로 일가를 이뤘다.

2010년부터는 자문사에서 약 3년간 일하며 당시 자문사 열풍의 중심에 있었고, 이후 2015년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서강대에서 후학양성을 이어오고 있다. 거시경제를 분석한 이코노미스트이자 스트레터지스트로 활약하며 시장의 큰 방향성을 읽어 ‘족집게’라는 명성을 얻은 그는 현재도 대중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시대의 시장 방향성을 제시하는 강연과 기고, 저술 등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로 간 센터장은 김학주 한동대 교수도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와 에든버러대MBA 출신으로 자동차분석 베스트애널 출신인 그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우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2015년부터 한동대 교수로 일하면서도 ‘김학주 리서치’라는 이름으로 방송, 기고, SNS활동을 통해 여의도와 교감하고 있다.

최근엔 리서치센터장 출신 국회의원까지 등장했다. 리서치 연구원으로 입사해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 미래에셋대우 홍성국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서강대 정외과 출신인 그는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사장에 오른 후 증권사를 떠나 혜안리서치라는 독립 리서치회사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세종시갑)이 된 그는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전문성을 지닌 금융기관과 국무총리실 관련 국회 업무를 수행하면서 운영위에도 배정돼 경제통으로서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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