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길을 알고 가자- 오늘의 길, 내일의 길

수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Well-Being)바람이 참으로 거세다. 이또한 양적인 팽창에 회의를 느낀 반작용이리라.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복지’, ‘안녕’, ‘행복’이며 우리말로는 ‘참살이’ 라고 한다.

요즘엔 몸과 마음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영위하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 코드로 해석되고 있다. 이제 웰빙은 한때의 유행을 넘어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웰빙 바람은 생활 전반에만 불고 있는 게 아니다. 도로 전반에도 웰빙바람이 일고 있다. 길이 워낙 부족하니 우선 만드는 게 급선무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떤 길이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도로인가. 어떤 방법으로 길을 만들면 덜 파손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길이 될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우선 앞으로의 도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도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편하게 생각하는 길, 쾌적함을 주는 도로여야 한다.

또한 개발이라는 명분아래 환경을 파괴해서도 안 된다.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을수는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처럼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자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다각적으로 일고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1987년 UN이 구성한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에서 작성한<우리 공동의 미래> 라는 보고서에서는 ‘지속발전 가능’ 이라는 개념으로 이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지속가능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능력의 손실없이 현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개발’ 로,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 속에 파생되는 전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과 공존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정의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린 것’ 이라는 인식과도 궤를 같이 한다.

도로를 건설할 때도 시간과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환경의 피해룰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의 도로기술은 환경친화적인 공법을 개발하고 발전하는 쪽으로 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거 30년 동안 고도경제성장에 필요한 도로망을 확충하는 데 급급해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 그동안 생태계가 단절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요즘 한창 만드는 생태이동통로 역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다. 생태이동통로는 도로건설로 야생동물과 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거나 훼손 또는 파괴되는 것을 막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하는 인공구조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 유럽과 일본에서도 최근에 시행하고 있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998년, 환경부가 지리산 시암재에 생태이동통로를 만들면서 부터다. 그후 2000년에도 오대산 구룡령에 시범사업으로 설치한 이후 생태통로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건설교통부에서도 2003년까지 120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서 1차적으로 백두대간의 도로개설로 생태계가 단절된 10군데의 기존 국도에 생태이동통로를 만들었다. 또 이와 별도로 도로건설 공사를 할 때 생태이동통로의 중요성을 반영해서 일반국도의 공사구간 내에 설치한 것이 11개나 된다.

이와 함께 도로를 건설할 때 발생하는 암반으로 이루어진 절토사면을 그냥 방치하지 않고 푸른색으로 녹화사업을 하는 것도 달라진 정책이다. 또한 도로 주변의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도로 공간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걸 방지하고, 운전하면서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게 휴게 공간을 조성하는 안들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또 하나의 심각한 공해요인이 차량의 소음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소음감소형 도로포장을 하는 방법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터널 안에 환기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웰빙 도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는 웰빙은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앞으로 우리의 도로정책도 어린이, 학생, 노약자, 장애인 같은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횡단보도 같은 안전시설을 늘리고, 주택가처럼 보도와 차도가 혼합된 도로에는 속도제한을 강화해서 자동차보다는 보행자를 우선 배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학교 주변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을 더욱 확대 지정해서 학교 주변에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또 통학버스를 타거나 내릴때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서 통학버스에 반드시 보호자가 탑승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휠체어 같은 교통안전시설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하철 수직이동시설을 늘리고, 노약자와 장애인용 셔틀버스 운행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지금 시내버스는 턱이 너무 높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은 걸 고려해서 앞으로는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를 확대 보급해야 한다. 버스정류장에 음성이나 문자로 버스 도착을 알리는 안내기를 설치한다든지,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드는 것도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 같은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교통약자들에게 절실한 건 ‘어쩔 수 없어서 배려하는 것’ 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보호하고 양보하는 진정성’ 일 것이다. 진정한 웰빙은 손이 아니라 가슴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연재 끝>>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