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지난 1일 열린 카카오페이증권의 기자간담회는 일반적인 기자간담회와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설립 4개월만에 첫 공식 석상에 나설 만큼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카카오페이증권이지만 그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참석 기자들의 열의에서 차이가 나는 듯 했다.

기자가 정시에 도착했지만 이미 자리엔 줄잡아 50여명은 됨직한 기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증권부 기자들도 많이 있었지만 IT출입 기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금융부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간간히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에다, 동여의도가 익숙한 증권부 기자들을 서여의도의 중견 호텔로 불러들였지만 관심도와 몰입도는 남다른 행사였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사실 증권업계에 이제 발을 들인 막내 증권사다. 이미 60개에 달하는 기존 증권사가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라이선스를 쥐고 어마어마한 자본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신규증권사 하나 출연했다고 대형사들이 눈하나 깜짝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증권업을 하겠다니 기존 대형사들도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관심 없다던 각사 홍보팀장들은 행사 직후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플로어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기자에게 질문하며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하반기에 접어들며 카카오페이는 상반기 펀드판매상품 라인업에 올렸던 혼합형펀드 3종에 더해 채권형펀드 2종을 더했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사의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상반기 출시된 혼합형펀드 세자리는 키움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차지했다. 각각 4차산업혁명 관련 ETF에 분할매수하는 펀드, EMP채권혼합, AI가 관리해주는 펀드로 이름만 봐서는 알수 없는 타사 펀드와 달리 ‘똑똑한 펀드’, ‘믿음직한 펀드’, ‘합리적인 펀드’ 등으로 명명해 직관적이고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었다.

이번에 선택을 받은 2종은 모기업 한화생명의 자산을 운용하며 채권분야의 강점을 지닌 한화자산운용이 금리+알파를 노리며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쏠쏠한 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영리한 펀드’를 라인업에 넣는데 성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펀드를 라인업에 넣는다고 해서 수수료가 엄청나게 나오거나 하진 않겠지만 삼천만이 쓴다는 국민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가진 기업으로부터 대표 상품으로 뽑혔다는 광고효과는 상품운용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뜻이 되기에 의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문을 연지 4개월, 증권사의 가장 기본 서비스라는 주식위탁거래 서비스를 시작도 하지 않은 카카오페이증권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4개월만에 140만명으로부터 계좌 개설을 받아냈고, 적립식투자 신청건수만 42만건을 넘어섰다. 꼭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쇼핑 후 남은 동전을 투자하고, 매주 이자가 들어오는 재미난 경험을 해보겠다는 금알못(금융을 알지못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투자에 재미를 붙이며 늘어나는 중이다.

당초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더 큰 회사로 금융에 직접 발을 담그지 않고 기존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우회적인 금융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플랫폼 공룡이 금융까지 잠식한다는 시선을 피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좀더 몸집이 가볍고 스타트업 문화가 살아있는 카카오는 은행설립에 이어 증권사를 인수하고 보험사를 준비하며 정공법으로 파고드는 모양새다.

자본의 규모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금융업에서 온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톡’을 가진 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기에 기존 회사들도, 경쟁회사들도 모두 숨을 죽이며 살펴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청바지에 남방 소매를 걷고 연단에 오른 CEO는 자본금이 어떻고, 시장점유율이 어떻고는 차치하고 직원들이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출근한다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와이셔츠에 커프스링크까지 하고 다니는 기존 금융맨들의 눈에 판교에서 증권사를 하겠다는 이들은 ‘별에서 온 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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