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장의 단체 대화방 캡처 사진으로 지난 2주 가까이 대한민국은 또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초우량 스펙 보유자도 들어가기 쉽지 않아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에 "알바천국(비정규직) 통해 보안요원으로 들어와서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된다"며 "서·연·고(서울·연세·고려대) 나와 뭐하냐"는 자랑반 조롱반 글이 올라오자 취직을 위한 오랜 스펙쌓기 경쟁에 지친 취업준비생들은 들끓어 올랐다.

인국공 보안검색노동조합은 해당 단체 대화방이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익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해당 글은 '가짜 뉴스'라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고 인천공항공사 측도 연봉·채용 조건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격앙된 대중의 분노를 끄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흡사 거대한 저유탱크가 바람결에 우연히 날아든 불씨 하나로 폭발한 형국이다.

인국공 사태는 정치 지형에도 변화를 불러 왔다. 비슷한 시기 겹쳐 터진 부동산값 폭등과 맞물리며 유달리 공정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자극해 대통령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 밝힌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49.8%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전주 대비 2.9%포인트 내린 38.3%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성공하면서 지난 4·15 총선을 압승한 데 이어 5월 초 집권 4년차에 이례적인 71%이라는 고공 지지율을 보였던 문 대통령으로선 지난 2달 동안 20%포인트 넘는 지지율이 빠지는 것이 여간 뼈아픈 일이 아닐 게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2.0%포인트 오른 30.1%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과의 격차를 3월 3주차(8.5%포인트) 이후 15주 만에 다시 한 자릿수로 좁혔다. 통합당은 인국공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의 '공정성'을 집중 문제 삼으며 지난해 가을 '조국대전'의 추억을 되새겼다. 지난 6일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주관으로 '인국공 공정채용TF(태스크포스)'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하며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대립각을 한층 날카롭게 세웠다.

하지만 통합당은 책임 있는 공당이 대중의 분노만으로 정권을 되찾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논란에서 보듯이 대중적 분노로 일시적 지지율 만회를 할 수 있지만 이번 총선의 대참패에서 보듯이 자신만의 명확한 콘텐츠와 정책으로 대중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의 꿈은 요원해질 것이다.

통합당이 진정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화 문제,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복지 개선 등 인국공 채용 논란 너머의 문제에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인국공 사태로 빚어진 청년층의 분노를 현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불쏘시개'쯤으로 여기는 데 그친다면 애초에 인국공TF 활동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